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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많으면 장기요양보험료 덜 내게…독일 벌써 20년째 이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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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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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다자녀를 둔 군인·군무원 가족을 초청해 격려했다. 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다자녀를 둔 군인·군무원 가족을 초청해 격려했다. 연합뉴스

저출생은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런 나라들은 직접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는다. 우리처럼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같은 조직이 드물다. 그래서 선진국의 저출생 정책을 귀동냥하러 방문하면 딱 맞는 정부 조직을 찾기 쉽지 않다. 그들은 대신 오랫동안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고, 일부 국가는 인구 차원에서 접근한다.

 지난달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생 반전 종합대책을 내놨는데, 그 자료에 선진국의 저출생 정책 사례가 열거돼 있다. 이런 것도 저출생 대책처럼 비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가족 정책이다. 이스라엘의 대리출산 비용 지원, 일본의 세 자녀 이상 가정 자녀 대학등록금 면제, 미국의 13세 미만 자녀 부양자 세액공제 등이 눈에 띈다.

저출생 타개책 부담 완화
내년 3월 인하 방안 마련
독일 0명 2.3%, 3명 1.2%
무자녀 부담 증액이 관건

정부가 꽂힌 독일의 대책이 하나 있다. 바로 자녀 수에 따른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 제도이다. 우리도 독일 모델을 참고해 내년 3월까지 자녀 수에 따라 사회보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겨 방안을 마련 중이며, 내년 3월 결과가 나오면 시행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러 가지 사회보험 중 노인장기요양보험료가 타깃이다. 이는 건보·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에 이어 제5의 사회보험으로 불리며 전국민 보험이다. 전 국민이 보험료를 내 65세 이상의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고령화 시대의 필수품이다. 5대 사회보험 중 자녀 수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기에는 장기요양보험만큼 적합한 게 없다. 다자녀 가정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서 아동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그 아이가 커서 노인을 수발하고, 나중에 늙으면 사회적 부양을 받는 식이다.

둘째 이상은 25세에 혜택 끝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독일은 자녀가 없으면 소득의 2.3%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낸다. 자녀가 1명이면 0.6%p 줄어 1.7%로 떨어진다. 이후 자녀당 0.25%p 줄어든다. 즉 2명은 1.45%, 3명은 1.2%, 4명은 0.95%, 5명 이상은 0.7%이다. 회사는 자녀 수와 무관하게 1.7%(보험료의 50%)를 낸다. 다만 둘째 자녀 이상의 감면은 자녀가 25세가 되면 사라진다. 첫째 자녀 감면은 아이의 나이와 무관하게 부모가 평생 적용받는다. 30세 이상 미혼자는 자녀 0명으로 간주해 2.3%를 낸다.

 독일은 2005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논란이 일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하면서 제도가 정착됐다. 처음에는 자녀 수에 따라 세분화하지 않고 자녀의 유무로만 차등 적용했다. 2014년 기자가 독일 연방보건부·질병금고경영자연합회를 방문했을 당시 자녀 없는 근로자는 2.3%였고, 자녀가 있으면 0.25%p 낮은 2.05%였다. 지난해 7월 자녀 수에 따라 세분됐다. 난임으로 인해 자녀가 없는 가정도 자녀 0명으로 간주한다.

양육 부담 경감이 목적 

 독일의 감면제도는 출산 장려 목적에서 출발한 게 아니다. 기자가 2014년 당시 담당자에게 "자녀가 없는 사람에게 일종의 페널티를 주는 거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출산율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시행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0.25%p 차이는 크지 않을뿐더러 출산율을 올리는 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 담당자는 "부모 급여(수당)처럼 아이로 인해 특별히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제도가 출산 정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독일의 합계 출산율은 1.4명이었고, 2021년 1.57명으로 오르더니 2023년 1.36명(11월 기준)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에 가깝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아이를 같이 키우자'는 사회적 양육 차원에서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부부에게 조금 더 부담시킨다"며 "출산 유인책이라기보다 자녀 양육비를 사회가 분담하려는 배려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독일 제도가 합리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어버이날 직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수원보훈요양원에 면회 온 딸이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해 5월 어버이날 직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수원보훈요양원에 면회 온 딸이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싱글세 홍역 겪은 복지부 신중모드

 복지부는 신중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적 맥락을 따져서 한국에 적용 가능할지 등을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장기요양보험료는 소득의 0.92%(회사 부담 포함)이다. 지난해 직장가입자의 월 평균 보험료(1만9701원)가 높지 않아 차등화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독일처럼 자녀가 없을 경우 보험료를 가장 높게 매길 수 있을까. 2014년 보건복지부 간부가 '싱글세' 얘기를 가볍게 꺼냈다가 강한 반발을 산 적이 있다. 복지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한 것인데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장기요양보험 재정도 변수다. 코로나19 덕분에 2020~2022년 흑자를 냈지만 언제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

 '흑사병' 수준의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면 다른 방도가 없다. 다른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 수에 따른 장기요양보험료 인하를 추진해 봄 직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독일에서 이미 선례가 있어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취지는 세대 간 부양의 의미가 강해 자녀 수에 따라 보험료 부담을 차등화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경감 법안도 나왔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19일 18세 미만 자녀를 2명 이상 양육하는 가입자나 그가 속한 세대의 건보료 일부를 경감하는 건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