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최훈의 심리만화경

금단의 열매는 맛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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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훈 한림대 교수

최훈 한림대 교수

최근 뉴진스의 하니가 일본에서 ‘푸른 산호초’라는 노래를 불러 화제라고 한다. 궁금증에 영상을 찾아보았다. ‘아~ 와타시노 코이와~’로 시작하는 노래의 첫 소절. 어! 너무 익숙했다. 잊고 있었던 추억의 한 장면이 떠 올랐다.

“너 혹시 이런 노래 아냐?” 고교 시절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친구 녀석이 와서는 매우 비밀스러운 목소리로 테이프 하나를 내밀었다. 처음 보는 어여쁜 미모의 여가수. “일본 가수야, 마츠다 세이코. 난 이 노래 좋더라.” 그때 흘러나온 노래는 ‘아~ 와타시노 코이와~’로 시작했었다.

그 이후 한동안, 이 가수에게 내 청춘을 맡겼었다. 아직 아이돌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우리나라에서 피 끓는(?) 남고생이 아이돌 가수에게 빠지는 것이 딱히 새롭지는 않지만, 문제는 당시 아직 일본문화가 개방되지 않았다는 점. 나는 어두컴컴한 골목을 전전하며 불법 테이프를 사기 위해 발품을 팔았었다. (불법 콘텐트는 사지도 보지도 맙시다!)

그깟 일본 아이돌의 노래가 뭐라고, 나름 준법정신이 투철했던 내가 현행법까지 어겨 가면서 들어야 했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이해할 것이다. 원래 금단의 열매가 더 맛있는 법이다.

‘금단의 열매 효과’라는 말이 있다. 금지된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심리적 반발 이론에서는 자유가 제한되거나 위협받으면, 불쾌한 감정이 들어 이를 회복하려는 강한 동기가 발생해서, 금단의 열매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고 설명한다. 한편, 인지 부조화 이론에서는 무엇이 금지될수록 더 희귀해지고, 이런 희귀성은 그 자체의 가치를 더 높게 판단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금지될수록 우리는 더 선망하고 더 갈망한다. 그래서 ‘금지’의 리더십은 위험하다. 차라리 구성원의 건강함을 믿고 맡기면, 결국 스스로 잘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때 금단의 열매였던 노래가 일본에서 K팝 가수에 의해 울려 퍼지는 것처럼.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