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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금융 위한 한국의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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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필립 반 후프 ING한국 대표

필립 반 후프 ING한국 대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8)가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개최되어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3배로 확대한다는 합의문을 도출했다. 이 합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다. 한국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향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매진해 나간다면 세계시장에서 더욱 선도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다.

이미 한국은 지속가능성을 향한 힘찬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3월 19일에 발표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금융위원회)과 ‘저탄소 체계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한 녹색투자 확대방안’(환경부)은 녹색 이니셔티브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굳센 의지와 노력을 잘 보여준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420조원의 정책금융이 녹색자금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에너지믹스는 풀어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엄청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도 하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해 녹색금융 생태계 조성을 앞당김으로써 녹색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움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녹색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민간 금융기관의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전 세계 녹색채권 누적 발행 건수 중 약 78%를 민간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 중 금융사가 46%를 차지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민간의 녹색 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다 다양한 세제 혜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네덜란드나 프랑스 같은 글로벌 녹색금융 선도국가의 프레임워크와 경험을 벤치마킹해 기후공시 종합 시스템 개발 등 한국 기업의 녹색경영 강화를 장려해야 한다.

녹색금융의 발전은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민간 금융사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부합하는 혁신적 금융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지원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녹색금융이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대출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도에 따라 대출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속가능성연계대출(Sustainability-Linked Loan, SLL) 또한 민간 금융사가 주도할 수 있는 솔루션 중 하나다.

지속가능 사회를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미 전 세계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을 만들고 있다. 이는 한국이 국제세계에서 더욱 선도적 국가로 발돋움하도록 돕는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이 보유한 혁신적인 기술에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더하면, 한국은 녹색금융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립 반 후프 ING한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