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한 빈소.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조문객 한 명이 상주와 함께 테이블에 앉자 장례식장에서 흔히 쓰이는 일회용 그릇 대신 흰색 플라스틱 그릇에 음식이 담겨 나왔다. 세척해 여러 번 쓸 수 있는 다회용기다. 2명이 앉은 테이블엔 밥과 국, 반찬 등을 담은 다양한 크기의 다회용기 총 11개가 놓였다. 나무젓가락이나 일회용 숟가락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문객은 포장된 종이를 뜯어 스테인리스 수저로 식사를 했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은 이날부터 빈소에서 식음료 제공 때 이용하는 그릇, 컵, 수저 등을 다회용기로 사용한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장례식장이 이 정책에 참여하는 건 삼성병원이 처음이다. 병원 측은 12월까지를 시범운영 기간으로 정하고 전체 14개 빈소 중 대형 3개 호실은 의무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도록 했다. 나머지 빈소는 유가족들이 다회용기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날 빈소가 차려진 8개 일반 호실 가운데 1곳에서만 다회용기를 쓰고 있었다. 이 장례식장에서 처음 다회용기 사용을 결정한 유가족 정모(50대)씨는 “장례식장에서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이 지나면 음식을 담은 (일회용기) 종이가 눅눅해지는데 다회용기를 쓰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다른 빈소를 이용 중인 상주 유모(60대·남)씨도 “만약 오늘 빈소를 차렸으면 당연히 다회용기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삼성병원 장례식장 내 모든 상주가 다회용기를 사용할 경우 지난해 배출된 폐기물(131t)을 최대 8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 정책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다회용기를 의무 사용해 온 서울의료원에선 시행 전 6개월 대비 시행 후 같은 기간 동안 배출된 쓰레기가 총 84% 감소(165t→27t) 했다.
하지만 빈소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환경보호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업무가 다소 번거로워졌다는 것이다. 상조회사 직원 이모(50대·여)씨는 “예전엔 음식물만 분리를 하고 나머지 쓰레기는 전부 비닐에 싸서 한 번에 버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일이 그릇을 챙겨야 하고 행주로 상도 다 닦아야 해서 번거롭다. 수저통도 수시로 채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에서 만난 상조회사 직원 A씨(40대)는 이날 “빈소에 손님들이 몰릴 땐 빨리빨리 치워야 하는데 다회용기로 바뀌면서 일 처리 속도가 늦어지는 데다가 무거워서 여사님들이 힘들어 하신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용한 다회용기가 제대로 세척될 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병원 장례식장 조문객 홍모(20대·여)씨는 “세척돼 들어오는 그릇의 위생을 믿을 수 없을 뿐더러, 빈소가 좁아 그릇 몇 백개를 둘 자리도 없다. 손님들이 몰려 그릇이 부족하기라도 하면 일일이 유족들이 그걸 챙길 정신이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다만 병원 측은 “사용한 다회용기는 전문업체가 수거, 고온·고압으로 세척해 장례식장에 다시 공급하는 구조여서 오히려 위생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