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다음과 유사한 경고문을 볼 수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당사 및 당사 임직원을 사칭하는 투자 권유 사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사 및 당사 임직원은 어떠한 형태로도 개인 및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투자 상담 권유 및 송금 요청을 하지 않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유튜버·연예인 등 유명인을 사칭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건들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심지어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짜 영상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현혹한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이름을 사칭 당한 유명인들이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인 일까지 있었다.
이를 통해 전 사회적으로 경각심이 높아지자 사기꾼들이 찾은 대안 중 하나가 바로 국내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와 그 대표들이다. 각종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주식투자 정보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이를 보고 접근하는 피해자들을 카카오톡 또는 밴드 등에 초대하면서 사기 행각을 시작하는 것은 기존 사례들과 유사하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사모펀드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해 피해가 더 커진다는 사실이다. ‘사모펀드’라는 이름 때문에, 이들을 통하면 다른 유명인들과 비교했을 때 더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착각에 쉽게 빠진다. 해당 사모펀드나 대표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다양한 대형 M&A 거래 관련 뉴스 기사들은 그런 착각에 확신을 불어넣는다.
피해자들은 이름을 사칭 당한 운용사들 대부분이 연기금과 금융기관 등만이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만을 운용하고 있고, 경영 참여를 전제로 비상장 기업의 큰 지분에만 주로 투자한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른다. 그런 투자를 위한 자금 유치를 불특정 개인들을 대상으로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조금만 검색해봐도 확인할 수 있지만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 피해 사례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올해 초부터는 급속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사모펀드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피해자들을 구제해주겠다는 법무법인들의 게시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사모펀드 운용사 협의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4월 경찰청에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기꾼들의 행각은 더욱 고도화되고 그에 따라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므로, 개인 투자자들의 철저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참고로 사모펀드 대표들 상당수는 개인적인 상장 주식 투자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있더라도 과거 좋지 못한 투자 성과를 뼈아프게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