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관영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초상휘장)를 처음 공개했다.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며, 독재 체제의 동력을 강화하려는 조짐이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노동당 전원회의(8기 10차) 2일 차 회의 사진에서 회의에 참석한 간부 전원이 김정은의 얼굴이 단독으로 그려진 배지를 가슴에 착용했다. 북한 내부에선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2년부터 김정은 얼굴이 담긴 배지를 제작했다는 언급이 나왔지만, 관영 매체를 통해 당 간부들이 이를 공개 석상에서 착용한 모습은 처음 확인됐다.
북한 주민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가슴에 최고지도자의 초상이 담긴 배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곧 일반 주민이 김정은 배지를 착용한 모습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주민은 대체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함께 들어간 배지를 착용했다.
우상화의 최고 수준으로 볼 수 있는 동상 같은 각종 대형 조형물을 제작하거나 당규약, 헌법 등에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기조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 관영 매체 보도에선 우상화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는 김정은의 ‘모자이크 벽화’가 2022년 10월 연포온실농장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 김일성 주석의 생일 명칭을 ‘태양절’에서 ‘4·15’ ‘4월 명절’ ‘봄 명절’ 등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지난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선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정은의 초상화가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모습을 공개하는 등 이미 ‘선대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4년 만의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를 선언한 뒤 대내외적 자신감이 높아진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대인 김일성의 배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 11월이다. 김정일 배지는 그의 50회 생일인 1992년 2월에 만들기 시작했다. 다만 김정일의 반대로 일부 간부만 착용하다가 유훈 통치 기간이 끝나고 선군정치를 본격화한 2000년대 들어 일반 주민이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선대 수령인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앞으로 적대적 2국가론 강화, 주석제 부활, 핵 무력 고도화 등을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