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가 속한 5개 지방자치단체(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가 재건축을 가장 먼저 진행할 선도지구 공모지침을 공개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선도지구 선정기준에서 각 지자체 실정에 맞게 배점 항목을 세분화하고, 평가 항목에 일부 변형을 주기도 했다.
25일 국토부에 따르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표준 평가 기준은 전체 100점 만점 중 ▶주민동의율 60점 ▶정주환경 개선의 시급성 10점 ▶통합정비 참여 주택단지 수 10점 ▶통합정비 참여 가구 수 10점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10점 등이다.
선도지구 선정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당은 주민동의율을 국토부가 제시한 기준과 동일한 60점으로 배점했다. 주민 동의율이 50%일 경우는 10점, 95% 이상일 경우는 60점을 얻는다. 다만 상가 소유주의 동의 여부는 주민동의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통합정비 참여 가구 수 배점은 국토부 기준보다 5점 늘린 15점으로 정했다. 200가구 이하면 3점, 3000가구 이상이면 15점이다. 대신 통합정비 참여 주택단지 수는 4점으로 줄였다. 소규모 단지보다 대단지가 유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아울러 ‘정주환경 개선의 시급성’ 항목도 세분화했다. ▶가구당 주차대수 ▶소방활동 불편성 ▶평균건령 ▶엘리베이터 유무 ▶복도식 건물 포함 여부 ▶PC공법 건물 포함 여부 등을 각각의 항목별로 2점씩 배점하고, 최고 6점까지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항목은 세분화됐지만, 배점이 기존 10점에서 6점으로 줄어 이 항목에 대한 변별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배점은 15점으로 늘렸다. 기부채납 등을 통해 공공기여를 추가로 제공하거나 상가 등 인근 건축물, 소규모 단지와 통합해 재건축하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주 대책용 주택 확보 여부에도 2점을 배점했다. ‘사업의 실현 가능성’ 항목(2점)을 신설해, 사업 추진 중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최소화하고자 신탁사 또는 공공이 참여하는 경우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부천 중동은 주민동의율 배점을 70점으로 정했다. 국토부 기준보다 10점이 더 높인 것이다. 동의율이 90%를 넘으면 만점인 70점을 받게 되는데, 주민들의 재건축에 대한 의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일산·평촌·산본은 국토부의 표준 평가 기준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항목은 모두 평가 사항에서 제외하고, 기본 점수로 10점씩을 부여했다. 다만 산본은 공공시행방식(LH 등이 시행자로 참여)의 재건축에 주민 50% 이상이 동의할 경우 별도 5점의 가점을 주기로 했다.
이날부터 3개월간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동의율 확보 등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갖게 된다.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공모 신청서를 접수하며, 10월 평가를 거쳐 11월에 각 지자체가 신도시별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한다. 선도지구 지정 규모는 신도시별로 다른데, 분당은 1만2000가구(8000+4000가구), 일산 9000가구(6000+3000가구), 평촌·중동·산본은 각 6000가구(4000+2000가구) 등 최대 3만9000가구다.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서, 단지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의 경우 특별정비예정구역 내 50여개 단지(통합 20여개)가 선도지구 선정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이날 나온 공모지침이 “특정 단지에 유리하게 짜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분당의 경우 성남시가 국토부의 표준 평가 기준에서 통합정비 참여 가구 수의 배점을 높였는데, 대단지가 밀집한 특정 지역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한 분당신도시 주민은 “PC공법 건물 여부 등 평가 항목이 이번에 신설됐는데, 이에 해당하는 단지가 분당 전체에서 몇 안된다”며 “상가 소유주의 동의 여부를 주민동의율 산정에서 제외한 점 등도 특정 단지에게만 유리한 기준”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의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란 사실상 쉽지 않는 일”이라며 “주민 갈등이 사업 지연 요소가 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