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대인신뢰도 66→53%…'편 나누기' 더 심해졌다 [공감 갈증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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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과 학교 등 일상생활에서 ‘공감’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건 사회적 신뢰가 약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대면 소통과 정서적 교류가 단절된 반작용으로 가까운 이들과 공감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한국 대인 신뢰도는 코로나19 유행과 거리두기가 시작된 2020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대인 신뢰도는 2014년 73.7%에서 지난해 52.7%로 10년 사이 20%p 넘게 감소했다. 대인 신뢰도는 사람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매우 또는 약간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건 2019년(66.2%)에서 2020년(50.6%) 사이였다. 2021년엔 59.3%로 다소 회복했지만 2022년과 지난해엔 다시 감소했다.

반면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라고 느끼는 대상에 대한 신뢰는 더 단단해졌다. 가족을 ‘매우 또는 약간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 94.3%에서 2023년 97.1%로 늘었다. 특히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57.8%에서 61.7%로 4%p 가까이 올랐다.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같은 기간 15.5%에서 12.1%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타인을 믿지 못하고, 믿을 만한 내 편만 찾는 욕구가 공감 갈증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감은 내 편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도구가 된다”며 “내 편으로 만들고 싶은 대상에게 계속 공감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신뢰 한국 사회가 진정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지 의문”이라며 “‘우리만 옳다’는 내 편 만들기 공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 층에선 소셜미디어(SNS) 알고리즘이 ‘선택적 공감’만 키우는 위험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콘텐트나 의견에만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상희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10대 후반과 20대가 SNS 알고리즘 편향성에 노출되기 쉽다”며 “선택적 공감은 치우친 주장을 초래하고 반대 입장과의 소통을 단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는 “지나친 내(內)집단에 대한 공감은 외(外)집단 배척으로 이어진다”며 “사회 통합을 도모하는 제도와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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