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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인터넷 관측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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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온라인,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는 허위 정보를 연구해 온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인터넷 관측소(SIO)가 해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9년에 같은 대학의 사이버 정책 센터의 일부로 설립된 이 연구소가 세상의 관심을 끈 것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비밀 작전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다. 그 이후로도 중국이 클럽하우스 앱을 통해 감시 활동을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인스타그램에서 확산하는 아동성착취물에 대한 고발 등, 소셜미디어 시대의 감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스탠퍼드 대학교는 SIO가 해체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디렉터를 비롯한 주요 인물이 모두 떠나면서 문을 닫는 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스탠퍼드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정치권, 특히 올해 말 대선에서 트럼프를 후보로 내세워야 하는 공화당에서 오는 압력 때문이라는 설명이 우세하다. 미국의 보수 단체들은 SIO가 현 민주당 행정부와 모의해서 보수의 목소리를 억압한다고 주장해왔고, 연구원들을 여러 차례 고소하기도 했다. 따라서 스탠퍼드의 이번 결정은 정치권의 압력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이 SIO가 발행한 자료를 지목해서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문제는 이런 일이 온라인 허위 정보를 구분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팩트 체크 기관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아서, 미국에서 허위 정보를 체크하면 보수 단체에서 퍼뜨린 내용이 많기 때문에 “보수의 입을 막는다”는 비난을 듣는다. 대학교와 같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의 관찰과 분석이 필요한 이유가 정치적인 목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인데, 스탠퍼드 대학교 산하의 기관도 압력을 견디기 어려울 만큼 온라인 정보는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