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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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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종부세를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이다. 종부세를 폐지하니 개편하니 하는 말을 두고 나와 친구들은 그냥 웃는다. 죽기 전에 우리가 종부세를 낼 일이 있겠냐? 그래 봤으면 좋겠네. 그런 실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멀고 먼 그들만의 이야기에 그저 웃는다. 2023년 11월에 발표된 종부세 대상 과세 인원은 41만여 명이다. 5천만 명 중에 1% 내외의 ‘억울함’을 십수 년 동안 이렇게 매년 듣고 있다니. 무슨 국가와 언론이 공인한 공식 약 올림도 아니고, 종부세가 전월세가에 영향을 준다고 하면 예, 세금 내지 마시고 월세 덜 받으십시오, 하고 쓴웃음을 감춰야 하나. 머리로 이해해도 심정적으로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일인칭 가난』(2023)의 저자 안온은 정치인이 바라보는 가난을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그는 덥석 내 손을 잡고 흔들며 밝게 자라는 아이여서 고맙다고 했다. 이후로도 종종 자신을 정치하는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다가와 내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고는 했다. 지금도 나는 재해 지역이나 쪽방촌에서 생수며 연탄, 반찬 등을 나르는 정치인들의 사진을 보면 끔찍하다. 새것이어서 유난히 빨간 목장갑과 일부러 묻힌 듯 재가 거뭇거뭇한 기름진 얼굴들. 그들이 동정마저 전시하는 동안 가난한 이들이 죽고 더 가난한 이들이 태어난다.”

정치인들은 아마 종부세를 논하는 자신들이 ‘크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을 테다. 가난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자본을 움직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그게 사회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더 ‘큰일’인가? 실재하는 개별의 가난들 앞에서 그런 정당화가 얼마나 힘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이 연탄을 나르고 기념사진을 찍는 그런 가난들이 매년 종부세만큼 화제가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국가였을 것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