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벙커’에 빠진 제주 골프장 … 5곳은 세금도 못 낼 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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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용객이 줄어들고 있는 제주도 한 골프장에 카트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 독자]

지난해부터 이용객이 줄어들고 있는 제주도 한 골프장에 카트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 독자]

제주를 찾는 골프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일부 골프장은 세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운영 중인 등록 골프장 29곳 가운데 5곳이 경영 악화로 인해 세금(지방세)을 내지 못했다. 체납액은 제주시 3곳(36억원), 서귀포시 2곳(14억원) 등 50억원에 달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카드사 매출채권 압류 등 방식으로 일부 업체부터 체납액 확보에 나섰다”고 말했다.

제주 골프 업계가 어려워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 골퍼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주도민 할인 등 혜택이 줄어들면서 지역 이용객들의 발길도 함께 줄었다.

올해 1분기(1월~3월) 제주도내 골프장을 찾은 이용객은 40만67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만3516명)보다 12.3%(5만6788명) 감소했다. 관광객과 도내 이용자 모두 숫자가 줄었다. 지난해 외지 골프 관광객은 22만6998명으로 전년(26만2275명)보다 13.5%(3만5277명) 감소했다. 제주도민 이용객은 17만9730명으로 전년(20만1241명)보다 10.7%(2만1511명) 줄었다.

제주도 골프 관광객은 2020년 239만명에서 2021년과 2022년 각각 289만명, 282만명으로 각각 50만명 내외가 늘며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골프 관광객이 제주로 몰렸지만 엔데믹이 오자 다시 40만명 내외가 줄어 지난해엔 242만명이 됐다.

골프 관광객이 줄면서 4300여 명이 일하는 제주 골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공항과 중문 내국인면세점 매출이 20∼30% 감소하고, 음식점·숙박업소 등도 불황을 겪고 있다.

제주도와 지역 골프장 관계자 등은 지난 4월부터 매달 모여 ‘골프산업 발전 간담회’를 열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제주도는 제주 골프 고비용 인식 개선을 위한 캐디·카트 선택제, 카트비와 그늘집 비용 인하 등을 요구했다.

반면 업계는 물가상승(인건비·농약·비료 등)에 따른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자치단체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양보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제주 골프업계, 국내 여행사들과 함께 제주골프 마케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골프 산업이 지역과 상생하고 관광객에게 각광받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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