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띄운 '제3자 채상병 특검'…野 "못할 것 없다" 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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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채 상병 특검, 제3자 추천’ 입장에 야권이 미소를 짓고 있다. 한 위원장은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발표하면서 "국민이 가진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며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특검안은 특검 후보를 야당이 고를 수 있게 한 민주당의 특검법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과는 다르다.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제안”이라며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법 불가’ 입장에서 진일보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한 위원장의 특검법은 공식적으로 발의가 돼야 논의가 가능하다”면서도 “독자적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특검이라면 논의 못 할 것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특검 후보 선택권을 야당이 아닌 제3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독자적으로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민주당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바라보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수직적 관계를 청산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지연전략 등으로 훼방을 놓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7월 초에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국회에서 재표결할 시점에 이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의 이런 입장엔 여권의 단일 대오를 흐트러뜨리고 내부 분열을 부각할 수 있다는 속내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흥행 조짐을 보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분위기에 찬물을 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맥없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컨벤션 효과가 예상된다”며 “사실상 반윤을 선언한 한동훈 전 위원장과 대통령 측의 갈등을 부각할수록 민주당으로선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의 발언 이후 국민의힘의 다른 당권 주자들은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나경원), “분열은 공멸을 불러올 뿐”(원희룡), “민주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윤상현)라며 십자포화를 가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유력한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도 특검법 수용 의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천 원내대표는 “개혁신당의 당론이라기보다는 천하람 중재안으로 봐달라”면서도 “대한변협에 추천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 전 위원장의 제3자 특검 추천권에 동의한 셈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한 전 위원장이 여당 대표가 되어 특검법을 추진하고, 야권에서 타협을 거쳐 이를 수용한다면 윤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여권 내 진통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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