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꽃다발 속 마약 숨겨 팔았다…베트남 밀매조직, 잡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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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인들이 불법 체류하면서 마약과 낙태약을 유통하다 세관에 붙잡혔다. 전체 사건을 계획한 20대 베트남 여성은 국내에서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가 본국으로 추방됐으며, 이후 사회 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국내 베트남 유학생 등과 접촉해 판로를 열고 마약류를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마약밀매 조직, 잡고 보니 유학생들

관세청 부산세관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약류와 낙태약을 숨긴 파티용품을 해외특송으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총책인 베트남인 A씨(23ㆍ여) 등 일당 4명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모두 베트남인이며, 이들 중 총책 A씨를 포함한 3명은 2019년~2021년 무렵 국내 소재 대학 등에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1명은 한국 국적을 받은 가족의 초청으로 입국한 뒤 불법체류자가 된 사례라고 부산세관은 밝혔다.

부산세관은 2019년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한 A씨가 불법체류자가 된 뒤 일용직 등을 전전했고, 이후 2021년 6월 불법 의료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추방된 것으로 파악했다.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 온라인을 이용한 정보 교류와 상품 유통이 원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추방된 이후 SNS를 이용해 한국에 사는 베트남 유학생 등에게 접근했다.

관세청 부산세관이 적발한 마약 밀매조직의 조직원이 인조 꽃다발 속에 숨겨진 합성대마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관세청 부산세관

관세청 부산세관이 적발한 마약 밀매조직의 조직원이 인조 꽃다발 속에 숨겨진 합성대마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관세청 부산세관

이를 통해 대구와 창원·세종 등 3곳에 판로를 확보한 A씨는 주로 인조 꽃다발 등 용품에 마약류와 낙태약을 숨겨 해외특송을 보내는 수법으로 지난해 9월 유통을 시작했다. A씨로부터 물건을 넘겨받은 점조직원 B씨(21ㆍ여)와 C씨(31)·D씨(23ㆍ여)는 SNS를 이용해 이들 약물을 홍보한 뒤 전국 각지에 판매했다. 유통 조직 4명 가운데 국내에 머물고 있던 B·C씨를 붙잡아 구속한 부산세관은 베트남에 머무는 총책 A씨와 조직원 D씨를 수배하는 등 뒤를 쫓고 있다. A씨 SNS 등에는 여전히 불법 낙태약을 유통하는 듯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한다. A씨 일당으로부터 불법 마약류를 사들인 30대 베트남인 남성 2명도 구속됐다.

오성준 부산세관 조사팀장은 “A씨 일당이 국내에 들여온 마약류 가운데 액상 합성 대마 46병(460㎖)과 낙태약 59정은 압수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합성 대마는 전자담배로 흡입할 수 있는 액상으로, 1㎖당 5만~10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들이 유통한 낙태약은 안전성 검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태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서 온 꽃다발, ‘통제배달’로 추적했다

오성준 팀장은 “택배 회사를 통해 물건이 정상적으로 배달된 것처럼 위장하는 통제배달 수사 기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마약류 구매자를 먼저 특정한 뒤, 이들을 심문하고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조직원들을 거쳐 총책 A씨를 특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처럼 국내로 들어온 베트남 유학생이 마약을 유통한 사건은 2022년에도 일어났다. 유학생 E씨(당시 23ㆍ여)가 광주·목포 등지에서 엑스터시·케타민 등 마약류를 유통한 사건이다. E씨는 기소돼 지난해 2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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