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가 불붙인 '영 피프티'…2030 "기득권이 젊음도 욕망" 싸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년 펴내는『트렌드 코리아』로 화제다. 김 교수가 25일 여는 트렌드 콘서트 주제를 ‘영 피프티(Young Fifty·젊은 50대)’로 잡은 데 대해 일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논란이 불붙었다.

김 교수는 “5060 세대는 과거와 달리 ‘시니어’가 아닌 영 피프티”라며 “50대에 접어든 1970년대생은 체력은 40대, 패션은 30대다. 회사에선 부장급인데 신입사원과 비슷한 취향을 갖기도 한다. 연령을 뛰어넘어 다른 세대와 교류하고, 배우려 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인구수가 많고, 구매력이 높은 데다, 이른 은퇴로 시간도 많다.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따라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를 5060 세대를 두고 내릴 법한 진단이다. 하지만 2030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년 아재(아저씨의 낮춤말)를 신조어로 만든다” “젊어지려는 50대의 몸부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젊은 세대 입장에서 기득권층인 5060 세대가 젊음까지 욕망하는 데 대한 정서적 반감으로 풀이된다.

생애 주기에서 50대에 자산이 ‘정점’을 찍는 건 사실이다. 23일 통계청 ‘2023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로 봤을 때 지난해 기준 50대 자산이 6억452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5억6122만원), 60대(5억4836만원) 순이었다. 30대 이하(3억3615만원)와 격차가 컸다. 다만 부채도 40대(1억2531만원), 50대(1억715만 원)가 30대 이하(9937만 원)보다 많았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소득도 비슷한 경향이다. 통계청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평균 소득은 50대가 8404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8397만원), 30대(7241만원), 60대(5013만원) 순이었다. 30세 미만은 4123만원에 그쳤다. 다만 지출도 4050이 가장 컸다. 2023년 기준 월평균 소비지출은 40대가 366만1000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50대(334만5000원), 30대 이하(262만6000원), 60대 이상(206만3000원) 순으로 조사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4050의 소득이 높으니 지출도 많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녀 교육비와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 상환, 의료비 등 부담도 크다.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대(14.8%), 50대(8.9%)가 30대 이하(5.0%)보다 컸다. 보건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대(13.1%), 50대(8.0%), 40대(6.7%)가 30대 이하(5.9%)보다 컸다.

반면 오락·문화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대 이하(9.0%)가 40대(7.0%), 50대(6.8%)보다 더 컸다. 음식·숙박도 30대 이하(19.3%)가 40대(15.1%), 50대(15.4%)보다 많이 썼다. 소비에 대한 만족도도 10~20대(26.0%)와 30대(23.7%)가 40대(23.0%), 50대(21.8%), 60대(16.0%)보다 높았다. 영 피프티의 비자발적인 소비 방식이 먹고, 마시고, 노는 데 쓰는 소비보다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SNS엔 “4050 세대가 과거보다 젊은 건 사실인데 과민반응한다”는 반응도 달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 50대와 은퇴 무렵인 60대도 소비 방식이 다른 만큼 영 피프티로 함께 묶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소득과 지출만 따지다 보면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