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의미한 친윤·친한…보수의 개혁, 민생 비전의 전당대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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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의 보수 재건, 국민 삶에 최적임자 가려야 

대통령실이 대표 경선 개입하면 모두가 공멸

국민의힘의 새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가 4파전으로 치러진다. 당권 도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수도권 5선인 나경원·윤상현 의원, 전직 3선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전대의 키 포인트는 ‘한동훈이냐 아니냐’다. 당초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한 전 위원장이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다자 구도가 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룰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한 전 위원장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친윤계가 2위 후보 쪽으로 집결, 한 전 위원장의 당선을 저지할 구도로 보인다.

지난 4월 총선을 치르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결별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한동훈이냐 아니냐’는 여권 권력의 추를 예시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새 대표가 누군인지는 권력층 내부의 밥그릇 다툼엔 영향을 주겠지만, 일반 국민의 민생과는 무슨 상관인가. 친윤이니, 친한이니 하는 얘기는 그들만의 관심사일 뿐 보수 진영 전체로 보면 하찮은 이슈일 뿐이다.

지금 정말로 중요한 것은 망가진 보수 정치를 어떻게 재건하느냐다. 국민의힘 전대는 절대로 계파 구도에 매몰돼선 안 되며 누가 보수를 되살리는 개혁의 적임자인지를 가리는 차원에서 치러져야 한다. 새 대표는 단기적 정치공학에서 벗어나 저출산과 고령화, 북핵 위기, 경제 양극화,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각종 국가적 어젠다에 대해 설득력 있는 보수의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한다. 그래야 보수 정치의 신뢰를 되찾고 왼쪽으로 외연을 넓혀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치를 수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도 수평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당정의 협력이야 자연스럽겠지만 당이 적극적으로 현장 민심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위원장은 어제 “제3자가 공정하게 특검을 고르는 채 상병 특검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 추천과 제2부속실 설치도 꺼냈다. 지난해 3·8 전대 때 친윤계의 집중 견제로 출마를 포기했던 나 의원은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는 제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은 “레드팀을 만들어 생생한 민심을 직접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다짐했고, 윤 의원도 “민심이 윤심이 되도록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이처럼 후보들이 민심의 바람을 이해하고 있다니 어떻게 실천할지 두고 볼 일이다. 대통령실은 전대에 일절 관여하지 말고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실의 ‘김기현 대표 만들기’가 이후 어떤 참상으로 끝났는지를 돌이켜보면 용산의 잘못은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