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보장” 스팸 문자 1년새 37%↑…방통위·KISA, 발송 시스템 해킹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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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정보기술(IT)회사 직원 손모(37)씨는 최근 하루에도 8~10건씩 날아오는 스팸 문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주식 클럽에 가입하라는 내용부터 범칙금이 처리되지 않았다거나 수십만원의 해외 결제가 이뤄졌다는 스미싱(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피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스팸 문자가 급증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휴대전화 스팸신고 및 탐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월평균 휴대전화 스팸 건수는 3372만건이었다. 지난해(2462만건)보다 36.9% 늘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 1~17일 스팸 신고 건수는 2796만건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1988만건)보다 40.6% 증가했다.

스팸 문자는 대부분(지난해 하반기 기준 97.9%) 대량 문자 발송서비스를 통해 유통된다. 국내 발송이 81.2%, 해외 발송이 16.7%다. 국내 대량 문자는 통상 3단계 경로로 발송된다. 대량 문자를 발송하려는 사업자나 개인이 문자재판매사(1178개사)에 이를 의뢰하고, 문자재판매사가 문자중계사에 넘기는 식이다.

KISA는 일부 문자재판매사의 문자 발송 시스템이 해킹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불법 스팸 급증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문자재판매사 상당수가 특정 문자 발송 시스템을 같이 쓰고 있어 피해 규모를 키웠을 가능성도 있다. 정원기 KISA 디지털이용자보호단장은 “해킹에 의해 스팸 발송되는 사례는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KISA와 함께 지난 20일부터 긴급 현장 조사에 나섰다. 불법 스팸 문자 발송률이 높은 문자중계사와 문자재판매사의 법적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불법 스팸 발송이 확인되거나, 이를 방조하거나 필요한 조처를 다 하지 않은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과태료 처분하거나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또 문자 발송 시스템 해킹, 발신 번호 거짓 표시, 개인정보 침해 등 추가 피해가 확인될 경우 관계 기관과 공동 대처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이달부터 문자재판매사의 전송 자격을 강화하는 ‘대량문자 발송 사업자 자격인증제’를 시행한다. 또 다수·중복 신고된 문자 스팸의 발신번호는 블랙리스트로 설정해 차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킹이나 국외 전송, 번호 변작(070을 010으로 조작), 대포폰 발송 등 불법적인 스팸 발송 경로를 모두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수신자가 스팸 문자를 차단하는 방식을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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