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캐나다까지 中에 ‘관세 폭탄'…국내 전기차·배터리주 ‘훈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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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열풍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전기차·배터리 종목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관세 폭탄’을 매기면서 한국 기업들이 수혜로 받을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관세 10%에 더해 기업당 17~38%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캐나다도 관세 부과 행렬에 동참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엔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배터리는 7.5%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관세로 중국을 길들일 수 있을까. [일러스트=김지윤]

관세로 중국을 길들일 수 있을까. [일러스트=김지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전기차 투자를 늘리던 완성차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중국이 관세 전쟁을 벌일수록 현대차와 기아는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중국 판매 비중이 5% 안팎에 불과한 데다, 오히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진출이 어려운 미국·인도·한국에서 80~90%의 이익을 끌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춘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공급망이 이미 구축된 만큼 미국·EU의 관세 조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나선 배터리 업체도 수혜주로 꼽힌다. ESS는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나 값싼 심야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빼내어 쓰는 장치로, 쓰임새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배터리 수입액 185억 달러 중 ESS 배터리(150억 달러)가 81%에 달했다. 미국 배터리 수입액의 71%를 중국산(131억 달러)이 차지하는 만큼 중국산 ESS 배터리 수입 비중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6년 시작될 ESS 배터리 관세 부과는 한국 배터리 업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최근 전기차·배터리 업체는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발표 전인 지난달 13일 종가와 비교하면, 현대차의 주가 상승률은 14.3%(21일 기준)에 달했다. 이 기간 기아도 11.9% 올랐다. 이들 종목은 지난 19일 각각 28만6500원, 13만2300원으로 나란히 최고가를 찍었다. ESS 관련주도 급등했다. SK디앤디에서 에너지 사업을 분할한 SK이터닉스는 같은 기간 33.1% 뛰었고, ESS 사업 매출 비중이 60% 이상인 서진시스템도 7.6% 올랐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둔화)’에 신음하는 배터리3사를 주목하란 의견도 나온다. 이들이 2030년 2000억 달러(약 273조원·글로벌마켓인사이트 조사) 규모로 커질 미국 ESS 시장을 잡기 위해 ESS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에 총 1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온도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ESS 시장 진출과 함께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와 기아가 무역 장벽의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체의 실적도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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