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이 역사의 전환점? 2018년 '한반도의 봄'처럼 잊힐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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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호 06면

란코프 교수가 본 ‘북·러 조약’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 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 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필자는 지난 40여 년 동안 한반도를 관찰해 왔는데 이 지역의 한 가지 특징을 잘 알고 있다. 세계 어디에나 매스컴은 과장 평가, 과장 보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반도에서 이 경향이 매우 뚜렷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보도를 보면 이와 같은 특징을 쉽게 볼 수 있다. 푸틴 방북이 한반도·동북아 정치를 완전히 바꾸는 사건이라는 주장도 있고, 러시아가 북한을 다시 한번 자신의 영향권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 모두 근거가 별로 없다.

필자는 이와 같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 사건들을 4~5년마다 한 번씩 보고 있는데 그들 가운데 장기적 결과를 남긴 사건이 하나도 없다. 최근 사례는 2018년 ‘한반도의 봄’(※그해 남북정상회담 등 교류 지칭)이다. 당시에 서울에서 한반도는 이제부터 영원히 다른 길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범람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봄’은 잊혀 버렸다. 필자가 볼 때 이번 푸틴의 평양 방북도 유사한 사건, 즉 생길 때 매우 시끄럽지만 몇 년 이내 결과가 별로 없고 잊힐 사건이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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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북·러 양측은 새로운 조약에서 침략당할 경우 상호지원을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것은 군사동맹의 부활이지만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61년 체결된 조·소 조약에서 같은 조항이 이미 있었는데, 한반도 상황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1968년 푸에블로함 피랍사건 당시 소련 외교관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소련이 참전할 의무가 없다는 근거를 찾았다. 외교관들은 이 위기가 북한의 일방적 행동 때문에 생긴 것을 강조한다면 위기에 흡수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다는 방안을 상부에 보고하였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하나도 없다. 반대로 북한이 이웃나라에 대한 침략을 감행한다면 러시아는 상황에 따라 지원할 수도 있고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결정의 유무는 조약의 내용과 별 상관이 없다. 이러한 조항이 없었어도 러시아 측은 자신의 전략 때문에 북한이 감행할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결정한다면 조약과 관계없이 북한을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반복된 이야기는 러시아가 북한으로 군사기술을 이전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략적인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가 북한으로 최신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기본 이유는 러시아의 국가 이익이다. 러시아가 대북 군사기술 이전을 행할 경우 북한 측이 이렇게 얻은 기술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북한은 러시아에서 얻은 기술을 이용해서 자체 무기를 제작해 저렴한 가격으로 팔 수도 있다. 이것은 이미 발생한 상황이다. 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도 있는데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가 좋지 않은 나라로 이러한 기술을 파는 시나리오다.

러시아는 지난해 김정은을 우주센터로 초청함으로써 미사일 기술이전이 가능함을 암시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한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외교 압박 수단이었다. 당시에 러시아는 남한이 대(對)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개시한다면 러시아도 보복조치로 미사일 기술을 북한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암시를 했다. 그러나 한국이 우크라이나로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아서, 러시아가 이러한 보복조치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규모가 크지 않은 군사기술 이전은 여전히 가능하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북한의 정찰위성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군사기술 이전의 규모가 클수록 이전 가능성이 작다.

수많은 관찰가는 러시아의 “대북제재를 잘 지키지 않겠다”는 언설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많이 변경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제재 문제는 생각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에 심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구조를 바꿀 힘이 조금도 없다. 미국은 언제든지 자신의 거부권을 이용해서 이러한 변화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와 같은 이야기는 알맹이가 없는 외교적 언설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제재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정말 높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에도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남아있다. 바로 러시아 경제와 북한 경제가 호환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북·러 무역은 많이 성장하기 어렵다. 북한이 세계시장에서 잘 팔 수 있는 품목은 석탄, 광물 및 수산물이다. 러시아는 지하자원이 매우 풍부한 나라이다. 이들 품목을 북한에서 수입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다른 입장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수출품에 대해 흥미가 있지만, 많이 수입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소련시대 북·소 무역이 활발했던 건 기본적으로 전략적인 이유 때문에 소련 정부가 북한과의 무역에 소련 국가 예산을 많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러시아는 같은 정책을 취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오늘날 러시아는 옛 소련보다 경제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동유럽이나 옛 소련 지역과 달리 북한을 주변적인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러시아는 중국을 대체할 북한의 기본 후원국이 되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 경제는 중국 경제에 비하면 10분의 1 규모에 불과하며 모스크바가 보는 한반도의 전략적인 가치 역시 베이징이 한반도를 보는 가치보다 훨씬 낮다.

그래서 푸틴의 평양 방문은 예외적으로 요란한 사건이었지만 남북한의 역사에서 각주로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늘날 러시아는 북한을 지원할 의지가 있다고 해도 수십 년 동안 굳어진 경제구조와 국제관계 구조를 바꿀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의 동양학자이자 한반도 연구가. 김일성종합대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으며 레닌그라드국립대에서 한국어와 한국사를 가르쳤다. 호주국립대를 거쳐 2004년부터 국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초대로 방미, 대북 정책을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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