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빌라왕 2탄은 아파트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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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호 30면

배현정 경제선임기자

배현정 경제선임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눈물이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최근 부동산업계에서 가슴철렁한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부동산 인플루언서인 ‘아포유’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빌라왕 사태로 그렇게 당하고도 매매가보다 훨씬 더 비싼 전세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많은 상황”이라며 “시장이 미쳤다”고 일갈했다. 그는 약 2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끌5적’(집값 상승기 당장 집을 사야한다고 주장한 부동산 전문가 5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그의 주장은 이렇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통해 지난해 이후 거래된 아파트의 매매값과 전세가를 살펴봤더니, 1990년대 이전 준공된 아파트와 초소형(66㎡ 미만) 아파트의 경우 전국적으로 2채 중 1채는 ‘깡통전세’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일부와 지방 주택에서 두드러졌다. 즉 매매수요가 떨어지는 낡고 작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최근 1억700만원에 매매된 경기도 아파트(66㎡)의 전세가는 1억3000만원이었다. 포항 지역 초소형(39.9㎡) 주택의 경우 최근 매매 실거래가는 1900만원인데, 전세 실거래가는 4500만원이 찍혔다. 아포유는 “이런 주택을 10채만 갭투자하면, 취득세 내고도 몇억원은 남을 것 아니냐”며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깡통전세 아파트’ 지방 중심 확산
전세가율 확인 꼼꼼히, 보험 가입도

실제 최근 전세가율이 상승하면서 전국적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커졌다. 특히 연립·다세대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올라가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간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일부지역의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의 전세가율(주택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세가격의 비율)이 80~90%를 넘어서자 깡통전세 위험이 있다며 임차인들에게 주의보를 내렸다. 이 지역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최근 1년 72.3%에서 최근 3개월 68.9%로 소폭 하향했으나, 아파트 전세가율은 최근 3개월 67.2%(최근 1년 65.2%)로 상승했다. 특히 이천시 83.1%(최근 1년 79.9%), 여주시 82.1%(최근 1년 76.8%) 등은 80%를 넘어섰다. 통상 전세가율이 100% 이상이면 깡통전세, 80% 이상이면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대체로 유사하다. 5월 기준, 전남 지역 연립·다세대의 최근 3개월 전세가율 69.7%로 최근 1년 77.9%에서 하락했으나, 아파트는 77.3%에서 81.2%로 상승했다. 전북 아파트도 80%에서 82.4%로 올라갔다.

최근 아파트 전세가율 상승이 ‘제2의 빌라왕 사태’로 번질지는 알 수 없다. 지방 주택의 높은 전세가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시장에선 “수도권의 빌라왕 사태처럼, 지방 아파트를 수백 채씩 매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포착되는 것도 아니다”(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는 전언이 나온다. 문제는 빌라왕 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였음에도 깡통전세 규모는 공식적인 통계 부재의 ‘블랙홀’과 같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별 전세가율은 매주 발표되고 있지만, 전국 주택 가운데 깡통전세가 발생한 곳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찾기 어렵다. 깡통전세에 대한 안전장치 역시 미흡하다. 임대인의 다주택 보유 여부와 연체 상황 등 세입자가 거래 시 확인할 지표는 여전히 깜깜이 상태다.

전세난일수록 돌다리도 다시 한번 두드리자. 전세가율을 꼼꼼히 챙기고, 전세 보증보험 가입도 필요하다. “빌라는 위험하고 아파트는 안전한 것이 아니다. 전세가율이 80% 넘어가면 아파트든 빌라든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잠재 위험 상태라고 봐야 한다.”(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위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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