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핵공유협정 논의해야" 美의회서 재배치론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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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한국 등과 핵 공유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전시 상호 군사지원을 포함한 조약을 체결하는 등 한반도 및 세계 안보 환경의 급변으로 미국의 기존 핵우산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이유에서다.

미 의회서 커지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20일(현지시간) 상원 본회의에서 군사위의 국방수권법안(NDAA) 처리 결과를 보고하면서 "이제 동맹국인 한국·일본·호주도 핵 공유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에 있었던 미국의 핵무기를 해당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1991년 철수한 주한미군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식으로 한국·일본·호주 등과 핵무기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토식 핵공유는 미국이 핵무기 작전 기획과 의사 결정을 담당하고, 동맹국들은 핵무기 배치 시설을 제공해 투발 임무를 일부 맡게 된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 AP=연합뉴스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 AP=연합뉴스

위커 의원은 이런 주장의 배경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체결한 조약을 언급했다. 이번 조약으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원하면 핵 무력 사용까지 포함해 군사적 개입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커 의원은 이와 관련 "두 독재자는 북한과 러시아 간 방위 조약에 서명했고 군사적으로 서로 돕기로 동의했다"며 "미국의 적들은 전쟁의 도구를 서로 보내면서 자유 세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푸틴의 24년 만의 방북은 새로운 (안보) 현실을 보여주는 신호로 미국과 동맹, 전 세계 자유 세력에 나쁜 뉴스"라며 "침략자의 축(북·중·러, 이란)이 계속 부상하고 있으며 푸틴의 김정은 방문은 (이를 보여주는) 가장 최신 신호"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위커 의원은 "김정은은 매년 계속해서 미 본토와 인도태평양 동맹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더 만들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억제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미 전술핵 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인도태평양에서 핵 공유 협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2025 NDAA에 담길까  

앞서 지난달 15일 짐 리시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도 "아시아에서 확장억제(핵우산)가 특히 약하다”며 위커 의원과 마찬가지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술핵 재배치를 제안했다.  

일각에선 위커 의원이 상원의 2025회계연도 NDAA 안에 이같은 제안을 반영하려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NDAA는 미 의회가 국방 정책과 예산 규모를 정하기 위해 매년 통과시키는 연례 법안으로, 상·하원이 각각 법안을 마련해 처리한 후 이를 하나의 법안으로 조율해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미 워싱턴DC에 있는 의사당 건물. EPA=연합뉴스

미 워싱턴DC에 있는 의사당 건물. EPA=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14일 통과된 하원(공화당 다수당)의 NDAA에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은데다,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어서 실제 포함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핵확산을 막는다는 미 정부의 기존 원칙과 맞지 않고, 미 방위비 증액도 수반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2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후 미 하원은 공화당 주도로 국방부 장관에게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NDAA를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조항은 상·하원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다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런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오는 11월 대선 이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美의회, B-52H 핵무장 능력 복원 추진 

한편 미 당국은 북·중·러의 핵 위협에 맞서 핵전력 강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일 미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는 미 의회가 3대 핵전력 중 하나인 B-52H 전략폭격기 30대의 핵무장 능력 복원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의회가 마련한 2025 NDAA엔 공군이 보유한 B-52H 폭격기 76대 모두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는 B-52H 전략폭격기. 연합뉴스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는 B-52H 전략폭격기. 연합뉴스


미 공군은 이 폭격기 76대를 보유했는데, 이 중 46대는 공대지 순항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나 나머지 30대는 2015년부터 핵무장 능력을 제거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이행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지난해 2월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미 의회에선 미국의 핵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B-52H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수단 중 하나로, 지난 4월 핵무장이 가능한 B-52H가 제주 동남방에서 한국, 일본 공군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일 미 백악관 당국자는 북·중·러의 증대되는 핵 위협에 맞서 자국민과 동맹국 보호를 위해 더 많은 핵무기를 배치해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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