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적자에 심상찮은 '현금곳간'…에너지 사업 대수술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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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힌 후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힌 후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기회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 정기의원총회를 마친 뒤 “SK가 현재 위기 상황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말에 한 답변이다.

그러나 최 회장의 자신감에 찬 답변과 다르게 SK는 현 그룹 상황을 사업 재편이 필요한 위기 상황으로 보고 있다. SK는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의 현 위기의 시작에는 SK온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5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착수해 2006년 생산을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기존에 해오던 비디오테이프 사업에서 쌓은 기술이 배터리 생산에도 도움이 됐다. 2018년 세계 시장 점유율 18위이던 SK온은 지난해 5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실적이 뒤따르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2021년 이후부터 올 1분기까지 SK온은 10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통틀어 5818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올 1분기에만 3315억원에 달했다.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성장을 멈췄고, 중국 배터리 회사들의 저가 공세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SK본사 주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SK본사 주변 모습. 연합뉴스

SK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배터리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렸다. 설비 투자에만 누적 20조원 넘게 들어갔고, 올해에도 7조원 정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흑자 없는 대규모 투자’는 SK그룹 전체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SK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을 차입해 투자했는데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니 부담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SK온을 소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순차입금은 18조574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에 공격적으로 확장한 그린테크(녹색기술) 사업도 현 위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SK는 저탄소·친환경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나 탄소를 바다 속에 저장하는 사업 등에 투자를 했다.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늘리며 지난해 말 기준 SK㈜ 연결 대상 기업은 716개로 2020년 325개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곳 중 많은 곳이 주가 급락으로 손실이 커졌다. 직접 그린 사업을 하기 위한 계열사도 늘렸는데, SK는 현재 계열사가 219개로 국내 기업집단 중 가장 많다.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다보니 중복되는 사업과 투자가 늘었다. 현금 부족도 문제였다. SK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기업 여윳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이 수년째 마이너스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SK그룹에 대해 2020∼2023년 17조원 규모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중 8조원은 채무적 성격이 있는 자금 조달이라고 분석했다.

SK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 사진은 지난해 6월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포럼에서 최 의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SK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 사진은 지난해 6월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포럼에서 최 의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28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조정하기 위한 사업 재편 방안 등이 논의된다. 배터리와 그린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이 이번 사업 재편의 핵심이다. SK그룹은 에너지 부문 재편 방안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SK E&S와 SK온을 합병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SK 관계자는 “유력안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테이블에 모든 안을 펼쳐놓고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SK는 경영전략회의에서 219개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중복 및 비핵심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계열사 간 투자 기능이 중복된 부분이 많고, 투자 실적이 부진해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룹 안팎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미 SK네트웍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인 SK렌터카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는 베트남 마산그룹과 빈그룹에 투자했던 지분도 매각해 1조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마산그룹과는 매각 협상이 마무리됐다. 경영전략회의에서 조직 재편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최근 실적이 나쁜 SK온의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를 보직해임하고, SK그룹의 투자형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의 박성하 대표이사에게도 성과 미비를 이유로 해임 통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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