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잘려 쓰레기처럼 길에 방치…참혹한 노동자 죽음에 로마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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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이주 노동자 싱이 일했던 라티나의 한 농장. 사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연합뉴스

인도인 이주 노동자 싱이 일했던 라티나의 한 농장. 사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 남부에서 발생한 비인도적인 이주 노동자 사망 사건에 현지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20일(현지시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숨진 사남 싱(31)은 지난 17일 로마 남부 라티나의 한 농장에서 기계 작업을 하다가 한쪽 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싱은 트랙터에 부착된 비닐 포장 랩핑기에서 일을 하다 팔이 빨려 들어갔다. 팔이 절단된 것 외에도 하반신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당장 수술해야 했지만 고용주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싱은 자기 집 앞 도로에 팔이 잘린 채 방치돼 있었다. 싱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고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절단된 팔은 과일 상자에 담겨 있었다.

싱은 뒤늦게 로마의 산 카를로 포를랄리니 병원으로 이송돼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고용주를 과실치사, 작업장 안전 규정 위반, 피해자 구조 의무 불이행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농업과 식품가공 산업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인 FLAI-CGIL의 프로시노네-라티나 지부 사무총장인 라우라 하딥 카우르는 "그의 아내가 (고용주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는데도 싱은 누더기 자루처럼, 쓰레기 자루처럼 길에 방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간의 생명, 존엄성, 건강, 모든 문명의 규칙을 짓밟는 착취의 야만성을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에서 3년 전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에 온 싱은 합법적인 근로계약서 없이 시간당 5유로(약 7500원)를 받고 이곳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착취로 악명이 높은 라티나 지역에는 아시아 출신이 주로 고용된다고 한다. 이들 대다수는 악덕 고용주나 마피아와 결탁한 중간 소개업자의 농간으로 법으로 보장된 혜택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마리나 칼데로네 노동부 장관은 "진정으로 야만적인 행위"라며 "책임자들이 처벌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민주당(PD)도 이번 사건을 "문명의 패배"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노동 착취 농장에 이주 노동자를 공급하는 범죄조직, 이른바 '농업 마피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선 인도 언론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주이탈리아 인도 대사관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역 당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싱의 유족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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