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이 선택했다…작품이 된 까르띠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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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시 도입부에 설치된 ‘역행 시계’.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가도록 개조했다. [사진 까르띠에]

전시 도입부에 설치된 ‘역행 시계’.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가도록 개조했다. [사진 까르띠에]

지난 18일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 전시장. 평일 낮인데도 행사를 찾은 관람객들로 입구가 북적였다. 배낭 차림의 외국인 관람객도 감상에 빠져 보석과 함께 전시된 벽화 병풍과 조선시대 백자 다각병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회사원 강수원(42)씨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전시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보러 왔다”면서 “산업디자인 전공자로 산업혁명부터 근대 모더니즘까지 당대 건축과 기술을 반영한 디자인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주최하고 까르띠에가 특별 협력한 이번 전시가 오는 30일 폐막을 앞두고 막바지 열기로 뜨겁다. 5월 1일부터 오픈한 행사가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자 아직 전시를 못 본 예매자들이 발걸음을 서두르는 추세다. 지난 주말에는 2000명 안팎의 수용 가능 최대 인원을 모두 채웠고, 평일에도 하루 1000여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고 있다. 또 모델 정혁·한으뜸·한현민, 배우 한재인, 가수 정예인 등은 물론 각 기업 직원 및 VIP 고객들도 특별 이벤트로 이 전시를 택했다. 신한은행·하나은행 VIP, 기아멤버스, 배달의 민족, LG전자 등이 여기에 참여했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은 2019년 도쿄국립신미술관에서 선보인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전시다. 까르띠에 작품의 독창성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시간의 결정’이라는 주제를 살려 ‘전시 자체가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6월 둘째 주까지 집계된 누적 판매수는 10만 장에 달한다. 올 초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프랑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 전이 67일 만에 10만 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하면 서울에서 열린 블록버스터급 명화전과 맞먹는 기록이다.

전시는 일반 관람객은 물론 예술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한 전시 해설자는 SNS를 통해 “기대 없이 갔는데, 지금까지 본 주얼리 전시 중 최고였다”며 “(분위기가) 압도하는 공간에서 까르띠에 스타일과 창의성의 변천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소감을 올렸다.

이번 전시가 보석이라는 낯선 주제로 꾸준히 흥행을 지켜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첫째는 국내서 쉽게 보기 힘든 소장품 컬렉션과 아카이브 자료는 물론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자들의 작품 300여 점을 한데 모았다는 점이다. 1983년 탄생한 까르띠에 컬렉션은 1860년대 초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제작된 3500여 점의 작품을 아우른다. 한국에서는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소장품 전시 이후 처음이다.

둘째, 시간을 축으로 하는 전시 구성이 관람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보석이란 결국 흙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며 오랜 시간을 거쳐 그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에 의해 탄생한다는 점에서, 장대한 시간 앞에서 경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포착했다.

셋째, 장인정신을 기본으로 한 공간 디자인이다. 일본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 도모유키가 설립한 건축 회사 신소재연구소는 자연 그대로의 소재와 전통 예술품을 절묘하게 구성했다. 화산석인 오야석을 쌓아 전시장 구조를 만드는가 하면, 1000년 이상 된 나무 토르소에 목걸이를 전시했다. 땅속에서 캐낸 고목은 매우 단단해 불상 만드는 장인이 1.5배 이상 힘을 줘서 깎아낸 또 하나의 작품이다.

여기에 중앙화동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과 협력해 한국 전통 소재들을 전시장 곳곳에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고려시대까지 존재하다 조선시대에 맥이 끊긴 실크와 비슷한 소재인 ‘라(羅)’를 전통 방식으로 복원해 전시 구획에 활용했다.

이번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1만8000원, 청소년 1만원. 전시를 2주 남긴 17일부터는 더 많은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50%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45분간 진행하는 정규 도슨트 투어는 물론 김영하 소설가, 박정호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22일 진행하는 강연 프로그램도 티켓 구매자에 한해 선착순 무료로 진행된다.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시면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 예매 페이지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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