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일방 강제조치 반대"…국제제재 위반 대놓고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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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새로 맺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에서 “일방적인 강제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주요국의 대러 및 대북 독자 제재를 대놓고 어기겠다는 선포나 마찬가지인데, 국가 간 관계를 규정하는 기본 조약에 제3국을 거론하거나 제재를 지키지 않겠다고 명문화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려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려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새 조약 16조는 “쌍방은 일방적인 강제조치들의 적용을 반대하며 그러한 조치들의 실행을 비법적이고 유엔헌장과 국제법적 규범에 저촉되는 행위로 간주한다”고 했다. 또 “쌍방은 국제관계에서 이러한 조치들의 적용 실천을 배제하기 위한 다무적 발기를 지지하기 위해 노력을 조율하며 호상(상호) 협력한다”고 규정했다.

양 측은 전체 조문 1066개 단어 중 해당 조항에만 168개 단어, 네 문단을 할애했다. 그 만큼 제재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미국은 전세계 동맹과 우방을 규합해 ‘연합 독자제재망’을 구축해 러시아의 숨통을 죄고 있다. 러시아를 아예 국제금융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등 금융 제재, 공산품부터 첨단장비까지 다양한 상품의 유입을 막는 수출 통제 조치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망은 훨씬 오래 전부터 견고하게 짜여졌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이나 단체도 제재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도 발동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를 지킬 수밖에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란 뜻이다. 이밖에 한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은 유사입장국들은 서로 보완이 가능한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각기 취하면서 제재의 효과를 배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쌍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쌍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는 김정은과 푸틴이 독자 제재에 반대하는 조항을 굳이 새 기본조약에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조항은 “쌍방은 일방으로부터 타방으로 향한 상품과 작업, 봉사, 정보, 지적 활동의 결과물 그리고 이에 대한 독점권을 침해하는 일방적인 강제조치들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고 규정했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는 다양한 독자제재가 규정한 수출입금지 조치 등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담보한다”는 표현으로 미뤄 김정은으로선 향후 국제정세가 변화해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준수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것도 막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은 이어 “제3국이 일방적인 강제조치들을 적용하는 경우” 어떻게 협력할 지도 규정했다. 이런 조치로 생길 수 있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실천적인 노력”을 함께 하고, “제3국이 이와 같은 조치들을 적용하고 강화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유포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제재에 동참하는 것에 북·러가 연합해 맞서겠다는 취지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실천적인 노력”은 의지를 넘어 행동으로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푸틴은 이번 방북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 체계”(18일 노동신문 기고) 등을 강조했다. 해당 조항에도 군사안보적 측면에서의 밀착을 넘어 러시아의 전시경제와 북한의 자력갱생 경제 간 접점을 넓히는 무역 블럭화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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