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150㎏ 번쩍”…유쾌한 수현씨의 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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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바닥에 누워 한 손으로 150㎏ 무게의 바벨을 드는 포즈를 취한 역도 국가대표 김수현. 용상에서 150㎏을 들면 파리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김성룡 기자

바닥에 누워 한 손으로 150㎏ 무게의 바벨을 드는 포즈를 취한 역도 국가대표 김수현. 용상에서 150㎏을 들면 파리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김성룡 기자

“용상에서 150㎏을 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역도 국가대표 김수현(29·세계랭킹 5위·부산체육회)은 이마에 잔뜩 맺힌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100㎏이 넘는 바벨을 들어 올리느라 잔뜩 찡그렸던 얼굴엔 특유의 유쾌한 너털웃음이 번졌다. 다음 달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여자 역도 81㎏급 출전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 김수현을 최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의 역도 훈련장에서 만났다.

김수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유쾌한 입담으로 북한 선수들까지 웃게 만들어 화제가 됐다. 올림픽 출사표 역시 유쾌했다. 김수현은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인 데다 체급도 76㎏급에서 81㎏급으로 올려서 더욱 기대된다. 파리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로 ‘첫 올림픽 메달을 따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 벌써 좋은 예감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수현. 장진영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수현. 장진영 기자

김수현은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당시 김수현은 여자 76㎏급 용상 2차 시기에서 140㎏을 들어 올렸는데 심판진이 ‘바벨이 흔들렸다’며 실격 판정을 내렸다. 이 무게를 인정받았다면 동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김수현은 당시 제자리에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며 흐느꼈다.

김수현은 “도쿄에서는 아쉬운 판정으로 눈물을 흘렸는데 ‘이번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더욱 열심히 훈련했다.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어서 모든 경쟁자를 다 물리치겠다. 세계랭킹이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당연히 금메달을 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올림픽에 나서는 김수현의 전략은 용상에서 ‘150㎏’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합계 256㎏(인상 112㎏·용상 144㎏)으로 세계 5위에 올라있다. 세계 3위이자 파리올림픽 동메달 후보로 꼽히는 아일린 치카마타나(호주·합계 263㎏)와는 7㎏ 차이다. 김수현은 “용상에서 150㎏을 들면 동메달을 확보할 수 있다. 훈련 때 이미 여러 차례 성공했는데 기록이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다. 올림픽에서 150㎏ 이상을 들 수 있도록 힘을 비축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현은 파리올림픽에선 반드시 입상하겠단 각오다. 김성룡 기자

김수현은 파리올림픽에선 반드시 입상하겠단 각오다. 김성룡 기자

김수현의 자신감은 최근 상승세에서 나온다. 그는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76㎏급에서 합계 243㎏을 들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 차례 도전 끝에 따낸 첫 아시안게임 메달이다. 지난 2월 아시아선수권에선 81㎏급에서 우승하며 올림픽을 앞두고 청신호를 켰다.

김수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좀처럼 보기 힘든 북한 선수들의 미소를 이끌어내 화제가 됐다. 금메달(송국향), 은메달(정춘희)을 따낸 북한 선수들이 부상으로 중도 기권한 중국 선수(랴오구이팡)를 언급하며 “오늘이 그 선수 생일”이라고 말하자 김수현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너무 걱정되고, 생일인지 몰랐지만, 중국 선수 생일도 축하한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김수현의 엉뚱한 대답에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던 북한 선수들도 순간적으로 ‘무장해제’가 된 듯 꾹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국제 대회에 참가한 북한의 남자 선수가 쾌활한 성격의 김수현에게 “나한테 시집와”라는 농담을 건넨 건 잘 알려진 일화다. 김수현은 “그 이후 국제 대회에서 북한 선수와 마주치면 대화는 못 해도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있다”고 전했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김수현. 김성룡 기자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김수현. 김성룡 기자

김수현은 대표적인 ‘장미란 키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08년 장미란(41·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75㎏ 이상급에서 당시 세계기록인 합계 326㎏으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역도에 입문했다. 장미란 차관은 지난달 진천선수촌을 찾아 역도 후배들을 격려했다. 김수현은 “올림픽을 앞두고 장미란 선배님을 만난 덕분에 엄청난 기를 받았다. 그 에너지를 간직해 꼭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김수현은 선수촌에서는 ‘가왕’으로 유명하다. 만만찮은 노래 실력으로 2022년 선수촌 가왕 선발전에서 여자부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인터뷰할 때마다 떠오르는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이날은 DJ DOC의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를 흥얼거렸다. “너희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본데, 나 이런 사람이야~.”

김수현은 …

◦ 생년월일: 1995년 3월 6일
◦ 키: 1m60㎝
◦ 체급: 여자 81㎏급
◦ 소속: 부산체육회
◦ 세계랭킹: 5위
◦ 주요 수상: 아시안게임 동, 아시아선수권 금(이상 76㎏급·2023년) 아시아선수권 금(81㎏급·2024년)
◦ 특기: 노래(2022 선수촌 가왕선발전 여자 1위)
◦ 롤모델: 장미란·서장훈
◦ 남자친구: 가라테 국가대표 피재윤
◦ 별명: 유쾌한 수현씨, 진천 에일리, 역도 빅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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