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육아휴직급여 100만원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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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급여가 월 최대 150만원에서 250만원(6개월)으로 100만원 오른다. 또 육아휴직은 필요할 때 2주로 끊어 쓸 수 있다. 아내 출산 때 남편이 쓸 수 있는 유급 휴가는 한 달로 늘어난다. 공공주택을 분양할 때 신생아 특별공급도 신설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1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저고위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핵심 분야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를 꼽았다. 이번 대책을 통해 윤 대통령 임기 내 출산율을 반등시키고,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을 회복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며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백약이 무효였고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국가 총력전을 벌여서 암울한 미래를 희망차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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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에 따라 현 저고위를 인구비상대책회의로 전환해 매달 열기로 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저고위 부위원장이 간사를 맡고 저고위 민간위원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속하는 회의에서 대책 추진과 보완 사항 등을 점검한다.

저출생 대책 추진을 위해 컨트롤타워의 기능과 위상도 확 바뀐다. 그간 저고위는 자문기구일 뿐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총리급 부처인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별도 돈주머니인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도 도입하기로 했다. 저출생 대응 관련 예산이 중복, 낭비 없이 잘 쓰이도록 R&D(연구개발) 심사 수준의 사전심의제 도입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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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 집중했다. 특히 일·가정 양립 분야에 가장 많은 지원이 집중된다. 신규로 추가되는 예산 4조원의 80%가 여기에 쓰인다.

우선 많은 부모가 육아휴직을 쓰도록 휴직 기간에 급여의 일부(75%)만 받고 나머지(25%)는 복직 후 6개월 일해야 주는 사후지급금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이 제도는 근로자가 휴직을 마친 뒤 복직해 금방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막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현재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액은 앞으로 100%(첫 6개월) 다 준다. 월 급여 최대 상한액도 현행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린다. 이에 따라 1년 육아휴직하면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1800만원에서 510만원 올라 2310만원이 된다. 휴직 후 6개월은 통상임금의 100%를 주고(첫 3개월 최대 250만원, 이후 3개월 최대 200만원), 나머지 6개월은 통상임금의 80% 수준을 주되 지금보다 10만원 많은 월 최대 160만원을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소득대체율이 60%(현행 38.6%)로 오른다. 상한액을 250만원으로 올린 데 대해 주형환 부위원장은 “(월평균 보수) 268만원 정도인 중소기업 근로자를 타깃으로 했다”며 “더 올리고 싶지만 재정 여건을 감안해 수요가 많은 기관을 중심으로 올리는 형태다. 재정 여건이 허락하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률을 2027년까지 50%(2023년 6.8%)로, 여성은 80%(23년 7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주 단위의 단기 육아휴직 도입도 예고했다. 방학이나 면담 때, 아이가 아플 때 급히 짧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빠 출산휴가는 현재 10일에서 20일로 늘린다. 근무일 기준이라 주말을 포함하면 한 달까지 쉴 수 있다. 분할을 3회까지 허용하고, 청구 기한을 90일에서 100일까지 늘린다.

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이어 쓸 수 있게 한꺼번에 통합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고, 부모가 합쳐 최대 2년을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1년6개월씩(부모가 모두 3개월 이상 쓸 때) 총 3년 쓸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육아기 단축근로 시에는 회사에 동료 업무 분담 지원금을 월 20만원씩 지원한다.

돌봄 지원 제도도 강화된다. 현재 0~2세만 대상인 무상 교육·보육을 내년 5세, 이후에는 2027년까지 3~4세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범 사업을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도 1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성과 평가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규모를 1200명 수준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주거 지원도 대폭 늘려 결혼과 출산이 내 집 마련의 메리트가 되도록 했다. 올해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2만 호 마련하는데, 이 중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70%인 1만40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신생아 특별공급(특공)도 신설된다. 특공 당첨자라도 아이를 낳으면 추가로 청약 기회를 한 차례 더 주기로 했다. 민간과 공공 분양에서 각각 신생아 우선 공급을 확대(민간 20%→35%)·신설(공공 50%)하는 등 기회의 문을 더 넓히기로 했다. 신혼부부 특공에서 신청자 본인의 결혼 전 이력도 따지지 않기로 했다.

국민 대상 저출생 극복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한 아이디어도 대책에 포함됐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더 큰 평수로 이사할 수 있게 돕고 재계약도 최대 20년까지 허용한다.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100만원 한도로 신설한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부합산 소득 요건도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 출산한 가구에 한해 연 2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소득 제한을 사실상 폐지해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저금리인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도 두터워진다. 난임 지원 관련 연령과 횟수 제한을 다 풀었다. 연령 구분 없이 난임 시술 때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30%로 인하(현재는 45세 이상에 50% 지원)하고 난임 시술 지원도 자녀당 25회(체외수정 20회, 인공수정 5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 대한 20~30대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혼 남성인 정모(38)씨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정부가 뭔가 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결혼한 직장인 이모(34)씨도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사후지급금 폐지는 잘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기업과 사회의 인식 변화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올해 3월 결혼한 김모(38)씨는 “육아휴직 횟수를 늘리고 쪼개고 다 좋은데, 기업에서 그걸 용인할까 우려된다”며 “솔직히 지금도 임신하신 분들이 눈치를 보며 단축근무를 잘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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