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저출생대책 60개로 집중…이민정책·등록금면제 파격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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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여 만에 저출생 대책을 냈다. 그 전 정부와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는 양성평등과 개인의 삶을 강조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봤다. 하지만 “공허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이번 대책에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직접적으로 내세웠다. 또 전 정부에서 사라진 출산율 목표(2030년 1명)를 되살렸다. 반면에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거의 없다. 직접적으로 ‘출산 장려’라고는 안 했지만 그렇게 해석할 만하다. 출산율이 0.6명대로 추락 직전인 상황에서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인구는 대통령의 어젠다다.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는 뒷전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으로서 한 번도 대면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번 했다. 윤 대통령도 그동안 등한시했다. 지난해 3월 주재한 것밖에 없다. 이번에는 매달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해 챙긴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인구전략기획부에 왕창 힘을 실어준 점도 긍정적이다. 또 과거 저출생 대책은 종합선물세트로 불렸다. 300개가 넘었다. 반면에 이번에는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등 3개 분야 60여 개로 줄였다. 선택과 집중으로 볼 수 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여태까지 이것저것 남발하고 책임을 안 지는 행태가 반복됐는데, 이번에 정부 책임을 강화하려는 건 달라진 점”이라면서 “비상위원회 체제로 가기로 했으니 대통령이 분명히 약속을 지켜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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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종전의 복지 강화 정책의 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구조적인 대응책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가령 교육 체계나 대학입시 제도가 출생아동 20만 명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하는데 70만 명 때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했지만 핵심 정책인 외국인·이민 정책이 거의 검토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인구전략기획부에 저출생 예산 사전심의권을 주기로 돼 있는데, 심의 결과를 기획재정부가 그대로 수용할지도 관건이다. 육아휴직 대폭 확대 등이 눈에 띄는 건 사실이지만 일본처럼 3자녀 이상 가구의 모든 자녀 대학등록금 면제, 고교생까지 아동수당 지원 같은 파격적인 대책은 없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젊은층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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