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실종으로 사망 처리된 50대, 23년 만에 가족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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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중부경찰서 전경

수원중부경찰서 전경

지난 16일 오전 7시30분 경기 수원 율천파출소. 수원역에서 태운 승객 A씨(51)가 목적지에 다 왔는데도 요금을 내지 않고 횡설수설한다며 택시기사 B씨가 찾아와 신고했다. 일단 파출소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경찰관들은 A씨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고개를 떨궜다가 쳐들었다가를 반복하며 “텔레파시를 보냈다”고 중얼거리만 했다.

A씨의 행색은 남루하지 않았지만 어떤 대화도 불가능했다고 한다. 파출소 경찰관이 지문 조회기에 A씨의 손가락을 올려 확인한 뒤에야 그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A씨에게서 요금을 받을 수 없을 것 같고 딱하기도 하다”는 말을 남기고 택시기사 B씨(79)는 파출소를 떠났다. 경찰은 실종 프로파일링·신원확인시스템을 조회해 2017년 A씨의 아버지 C씨(82)가 아들을 실종 신고한 사실을 파악했다.

신고 기록에 남아있는 휴대전화로 1시간 동안 16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C씨 거주지 관할 대전 지역 경찰 지구대에 공조 요청을 하고 거주지에 찾아갔지만 일을 나간 탓에 C씨를 만나지 못했다. 결국 17번째 전화를 건 끝에 겨우 C씨와 연결됐고 그는 “아들은 사라져 사망 판정이 됐다”며 생존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다.

A씨는 28세 나이에 대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뒤 2001년 5월 집을 나왔다. A씨가 집을 떠난 23년 사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C씨는 2017년 실종 신고를 했다. 실종 신고된 사람의 생사가 5년간 불분명하면 실종 선고(일반실종, 민법 27조)가 되고 사망한 거로 간주한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A씨는 지난해 7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실종 선고받고 사망 처리됐다.

C씨는 대전에서 조카·이웃과 함께 수원으로 올라왔는데 아들을 보곤 기뻐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고 한다. 함께 온 조카가 “내 사촌이 맞다. 젊을 때 얼굴이 남아있다”고 말한 뒤에야 아들 A씨를 데리고 거주지인 대전으로 돌아갔다. 율천파출소 관계자는 “사망 처리된 50대 남성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며 “50대 중년의 아버지와 20대 청년으로 헤어졌던 부자가 80대 노년, 50대 중년으로 다시 만났다. 이제라도 행복하게 함께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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