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박병호 홈런은 보지도 않았다는 KT맨 오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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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삼성에서 KT로 이적한 오재일. 뉴스1

지난달 삼성에서 KT로 이적한 오재일. 뉴스1

“하루아침 사이 이사를 하게 됐잖아요.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프로야구 KT 위즈 내야수 오재일(38)은 지난달 28일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들었다. 자신과 박병호(38)의 트레이드가 결정됐으니 바삐 짐을 싸야 한다는 통보였다. 올 시즌 KT에서 주전 1루수 자리를 문상철(33)에게 내준 박병호가 자진 방출까지 요청하며 트레이드가 추진됐고, 마침 오재일 활용도가 낮아진 삼성 라이온즈가 박병호 영입 의사를 밝히면서 1986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의 맞교환이 성사됐다.

정신없이 대구를 떠난 오재일은 KT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이적 후 17경기에서 타율 0.122 2홈런 4타점 4득점으로 부진했다. 반대로 박병호는 삼성 유니폼을 입자마자 홈런 3방을 터뜨리고 결정적인 적시타도 때려내며 금세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절치부심한 오재일은 지난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마침내 포효했다. 4번 1루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면서 6-4 승리를 이끌었다. 전매특허인 홈런은 없었지만, 타구를 연거푸 담장 근처까지 보내면서 롯데 마운드를 위협했다.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2, 3루에선 큼지막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고, 1-1로 맞선 4회 무사 1루에선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대형 2루타로 1루 주자 오윤석의 득점을 도왔다. 또, 7회에는 우전안타까지 추가해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KT를 4연패 늪에서 건져낸 오재일은 “잘 맞은 타구가 홈런이 되지 않아서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연패가 길어지면서 선수들끼리 어떻게든 뭉쳐보자는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KT 동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어서 타격감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또,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정말 따뜻하게 배려해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트레이드 후 언론의 관심은 박병호에게로 쏠렸다. 이적 후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시야에서 멀어졌던 오재일은 “(박)병호가 계속 홈런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내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다른 경기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웬만하면 TV도 틀지 않고, 인터넷으로도 확인하지 않는 편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삼성 박병호(왼쪽)와 KT 오재일. 뉴스1

삼성 박병호(왼쪽)와 KT 오재일. 뉴스1

오재일과 박병호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절친한 친구 사이다. 걸어온 길도 비슷하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와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둘은 입단 초기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각각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뒤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가 됐다. 두산을 거쳐 2021년 삼성으로 건너갔던 오재일은 “안 그래도 내가 KT로 온 뒤 처음 홈런을 친 날(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병호한테 연락이 왔다. 자기가 기쁘다면서 축하한다고 말해줬다”며 미소를 지었다.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KT와 삼성은 28일부터 수원에서 3연전을 벌인다. 오재일로선 복잡한 마음이 드는 맞대결이다. 전 직장 동료들과의 재회를 놓고 잠시 고민하던 오재일은 “아무래도 1차전에는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그래도 다음 경기부터는 똑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제일 걱정은 포수인 강민호 선배다. 타석에서 계속 말을 걸어올까 봐 불안하다. 그것만 아니면 평소대로 잘 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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