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500억원어치 팔렸다"…中서 난리난 '동동신'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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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패션 브랜드 'GOODBAI'와 크록스(Crocs)가 함께 콜라보 하여 내놓은 클로그가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웨이보(微博) 갈무리

중국의 패션 브랜드 'GOODBAI'와 크록스(Crocs)가 함께 콜라보 하여 내놓은 클로그가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웨이보(微博) 갈무리

최근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 있다. 바로 크록스(Crocs)다. 크록스는 여름철 실외 활동이나 수상 레저 활동 등을 위해 만들어진 신발로, 특유의 통풍용 구멍과 슬링백 슈즈처럼 뒤꿈치를 고정할 수 있는 끈이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때 못생긴 신발의 대명사였지만, 통풍이 잘되고 물에 닿아도 쉽게 마르며, 내구성도 좋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외국에선 한국인 판별법 중 하나로 크록스를 신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러나 한국인의 상징이었던 크록스가 이제는 더 이상 한국인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2024년 1분기 크록스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9억 39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중국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성장한 1억 20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기록해 매출의 8분의 1을 차지했다. 크록스의 CEO 앤드류 리스(Andrew Rees)는"1분기는 크록스의 전통적인 성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장을 이뤘다"고 언급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강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에겐 크록스라는 브랜드명이 더 익숙하지만, 이런 종류의 신발을 일컫는 명칭은 따로 있다. 바로 '클로그'다. 중국에선 구멍이 뚫려 있어 ‘동동신(洞洞鞋)’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 업체 ‘타오바오’가 발표한 '2023 클로그 트렌드 보고서(淘寶2023洞洞鞋趨勢報告)'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출생자 중 4.35명 중 1명은 클로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록스 열풍의 중심에 있는 '지비츠(Jibbitz)'

중국 크록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종류의 지비츠가 판매 중이다. 크록스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크록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종류의 지비츠가 판매 중이다. 크록스 홈페이지 갈무리

그렇다면 크록스가 중국에서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요인도 많겠지만 '지비츠(Jibbitz)'의 공이 가장 컸다. 지비츠는 2006년 크록스가 1000만 달러(한화로 약 132억 원)를 들여 인수한 장식품 업체로, 크록스 구멍에 꽂을 수 있는 신발 장식 핀을 일컫는다. 중국에선 이를 '신발 꽃(鞋花)'이라고도 부른다.

중국 공식 크록스 매장에선 지비츠 한 개에 28위안에서 58위안이라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은 클로그를 꾸미기 위해 수십만 원을 지출한다. 무한한 방식으로 커스텀이 가능하여 본인의 개성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층에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크록스 공식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비츠를 사는 데에 중독됐다. 지비츠를 구매하는 데 이미 1000위안(약 17만 원)을 썼다"고 털어놨다. 크록스가 400~600위안(약 7만 원~10만 원)에 판매되는 것을 고려하면, 신발 가격의 두 배 이상을 크록스를 꾸미는 데에 쓴 것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클로그 DIY'를 검색하자 다양한 방식으로 꾸며진 클로그 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중국 소셜미디어에 '클로그 DIY'를 검색하자 다양한 방식으로 꾸며진 클로그 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클로그의 인기는 온라인상에서도 두드러졌다. 중국의 대표 소셜미디어인 웨이보(微博)에서는 클로그 꾸미기와 관련된 검색어가 꾸준히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클로그에 열광하는 이들을 '클로그 신자(洞門信徒)'라고 부르는데, 이들에게 클로그는 텅 빈 도화지일 뿐이다. 비어있는 클로그에 지비츠라는 장식이 더해져야만 비로소 완벽한 한 켤레의 신발이 완성된다.

함박웃음 짓는 서드파티 제조사들... "올해 1억 개 이상 팔릴 것"

해바라기씨 모양의 지비츠(왼), 불빛이 나오는 스탠드 형태의 지비츠(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해바라기씨 모양의 지비츠(왼), 불빛이 나오는 스탠드 형태의 지비츠(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크록스의 인기로 인해 서드파티 제조사들도 덩달아 미소를 띠었다. 크록스의 공식 몰에서 판매 중인 지비츠는 가격대가 높아 소비자들은 ‘이우(義烏)’와‘1688 납품 공장’들로 시선을 돌렸고, 서드파티 제조사들은 국풍(國風), 십이지(十二支), 루피(Loopy) 등 중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인기 IP를 활용한 상품을 끊임없이 출시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장성에 위치한 '이우(義烏)'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잡화 시장으로, 유행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곳이다.

저장성에서 지비츠를 생산하는 한 공장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렌드에 빠르게 올라타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현재 생산되고 있는 지비츠는 1688(알리바바의 도매 플랫폼)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으며, 올해엔 1억 개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언급했다.

원저우(溫州)에 위치한 또 다른 제조업체의 책임자는 "기존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에 주력했던 지비츠 사업을 올해부터는 국내(중국) 시장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며 "한 달 매출이 90만 위안(약 15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많은 원저우 공장들이 지비츠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면서, 저가 경쟁이 벌어져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작용 만만치 않아... 에스컬레이터에 끼이고, 짝퉁 크록스 기승

지난 1일 중국 깐수(甘肅)성에서 한 여성이 클로그를 신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골절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게시물과 관련된 해시태그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2억 7000만 뷰를 기록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다. 웨이보(微博) 갈무리

지난 1일 중국 깐수(甘肅)성에서 한 여성이 클로그를 신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골절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게시물과 관련된 해시태그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2억 7000만 뷰를 기록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다. 웨이보(微博) 갈무리

그러나 클로그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에선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7cm 높이의 클로그를 신고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왼쪽 다리가 복합 골절되었다는 글이 게시되었다. 해당 게시물은 단숨에 2억 7000만 뷰를 돌파하며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클로그의 안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게시물 작성자는 신발의 두꺼운 밑창과 오목한 발바닥 부분 때문에 계단을 내려가던 중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체중이 다리에 집중되면서 골절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클로그가 에스컬레이터 틈새에 끼어 있는 모습.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클로그가 에스컬레이터 틈새에 끼어 있는 모습.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에스컬레이터에 클로그가 끼이는 사고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클로그를 신었다가 에스컬레이터에 끼이거나 끼일 뻔한 경험을 털어놓은 글들이 빈번하게 올라오고 있다. 2020년 중국 창사에서는 3세 남자아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다가 클로그가 끼어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중국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한 중국에선 짝퉁 크록스도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상하이 경찰 당국은 가짜 크록스를 판매하는 조직을 적발해 2만여 켤레의 짝퉁 크록스를 압수하고 용의자 1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 일당은 3000만 위안(약 54억 원) 이상의 부당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 크록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적 문제들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크록스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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