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고 오후 닫고…단속 피하려 ‘게릴라 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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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 등을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대구의 한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엄마와 아이가 휴진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 등을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대구의 한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엄마와 아이가 휴진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아이 뭐야, 왜 문을 닫았어.” 18일 오후 2시40분쯤 의원 6곳이 있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한 건물 3층 이비인후과 앞.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콜록대던 한 20대 남성은 병원 문 앞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개인 사정으로 오후 1시까지 진료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이날 중앙일보는 은평뉴타운의 의원급 의료기관 전체(32곳)의 휴무 여부를 점검했다.

이곳은 구파발역 역세권에 속해 유동인구가 많다. 지역 특성상 60대 이상 인구가 1만2980명으로 전체(5만3932명)의 24%다. 종합병원인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 인접했고, 치과·한의원을 포함한 의원 및 약국이 92곳(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기준)에 달해 의료 접근성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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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건강지도’를 참고해 32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이날 전면 휴진한 의원은 5곳(15%)이었다. ‘내부 사정’ ‘학회 일정’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내걸었다. 한 신경과 의원은 ‘금일 직원 휴무(병가)로 예약 진료만 진행합니다. 당일 접수 진료가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오후에 붙여뒀다. 내부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인근 약국 직원은 “오전엔 분명 진료한 병원인데”라며 당황해했다.

이날 이 일대에는 오전 진료만 하고 오후에 문 닫은 병원이 적지 않았다. 오후 2시에 열린 의협 총궐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내과·산부인과·정형외과·피부과 등 의원 6곳이 위치한 한 대형 건물의 경우 오후에는 의원 4곳의 불이 꺼져 있었다. 온종일 휴진한 5곳에 오후 휴진 의원 5곳을 합치면 약 30%(32곳 중 10곳)가 휴진한 셈이다.

병원을 찾았던 환자들은 황당해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피부과를 찾은 주부 조모(38)씨는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진료 중이었는데 와 보니까 문을 닫았다”며 “처음엔 이해했는데 두 번째 병원도 이러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전 휴진 신고율이 4%였던 만큼 급작스러운 진료시간 단축이나 휴진에 따른 불편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더구나 이날 총궐기대회에서 의협 측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할 수 있다고 예고한 상태다. 급작스럽게 아픈 어린아이를 둔 부모나 처방약을 받아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의 걱정이 컸다.

은평 지역 한 인터넷 맘카페에는 이날 휴진한 동네 소아청소년과 리스트가 돌았다. 한 글쓴이는 “이 정도면 담합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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