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아가씨들이여! 서둘러 도망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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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진회숙 음악평론가

진회숙 음악평론가

독일 가곡 ‘송어’는 크리스티안 슈바르트라는 시인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것이다. 한 남자가 시냇가에서 송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낚시꾼이 송어를 잡기 위해 낚싯대를 들고 나타난다. 하지만 그는 물이 너무 맑아서 낚시꾼이 송어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동안 물속을 노려보던 그 도둑놈이 갑자기 흙탕물을 일으킨다. 그러자 순식간에 송어가 사기꾼의 낚싯대에 매달려 올라온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그 광경을 바라본다.

낚시꾼을 도둑놈·사기꾼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이것은 일종의 비유다. 송어는 젊은 아가씨를, 낚시꾼은 음흉한 남자를 의미한다. 거울같이 맑은 시냇물에서 젊은 아가씨들이 세상 물정 모르고 즐겁게 놀고 있다. 그 해맑은 모습에 반한 남자가 흑심을 품고 이들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물이 너무 맑아서 아가씨들을 낚을 수가 없다. 그러자 남자가 머리를 굴린다. 흙탕물을 일으켜 시야를 흐려놓는 것이다. 그 순간 송어들이 낚싯대에 줄줄이 걸려서 올라온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람은 낚시꾼을 도둑놈·사기꾼이라고 부르며 분노한다.

슈바르트의 시 ‘송어’는 본래 4절까지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슈베르트는 이 중 3절까지에만 곡을 붙였다. 하지만 이 시의 핵심은 슈베르트가 빠뜨린 4절에 있다.

“젊음을 지키기 위해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그대들! 송어를 생각해 보라. 위험에 빠졌을 때는 서둘러 도망가야 하는 법. 지혜가 부족한 젊은 아가씨들이여! 낚싯대를 들고 유혹하는 자들을 조심하라. 피를 흘렸을 때는 이미 때가 늦으리니.”

사람을 만나다 보면 상대방의 속임수, 즉 흙탕물에 눈이 멀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슈베르트의 ‘송어’를 생각하자. 이 경쾌한 노래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삶의 지혜를.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서둘러 도망가자!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