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는 미 증시 이대로 쭉 갈까…월가 ‘공포지수’ 4년반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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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최근 ‘공포지수’가 4년 6개월 내 가장 낮았다. 미국 뉴욕 월가에선 미국 증시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증시 변동성도 이례적으로 낮아지자, 거품이 터지기 직전 ‘폭풍 전야’로 해석한 시각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지난 13일(현지시간) 11.94로 밀려났다. VIX가 12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2019년 11월 27일(11.75) 이후 4년 6개월여 만이다. VIX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지수가 급락할 때 치솟는 경향이 있어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린다.

반면 미국의 주요 지수는 날개를 달았다. S&P 500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올해 13.9% 상승한 5431.6에 거래를 마쳤다. WSJ에 따르면 올해 29차례나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도 17.8% 뛰었다. 반년 동안 3.3%(17일 기준) 상승하는 데 그친 코스피와 비교가 된다.

미국 증시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은 ‘기업이익 증가와 인플레이션 둔화’가 맞물리면서다. 미국 경제는 연초 상당수 국내외 전문가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1월 전망보다 0.9%포인트 높은 2.5%로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주가 상승을 이끌면서 자금이 미국 증시로 몰린다.

들썩이던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둔화한 점도 미국 증시엔 호재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하락하면 물가 지표를 중시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반기엔 ‘미국 대선’이라는 정책 이슈가 있다. 7월부터 미국 양당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미국 대선 전까지 (엔비디아 등 미국 대형 IT 기업들인) ‘매그니피센트7’ 중심의 성장주가 증시를 견인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WSJ는 16일(현지시간) 통계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낮은 ‘조용한 시장’이 장기간 지속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VIX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단숨에 80으로 치솟기 전 최근처럼 12선 아래에서 움직임을 지속했다. JP모건자산관리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전략가는 “거품은 고요한 상황 속에서 터지기 쉽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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