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돈 모아 부동산 개발…리츠 키워 ‘돈맥경화’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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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리츠 활성화 방안 마련

다수의 소액 투자자가 참여하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부동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리츠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은 헬스케어타운과 데이터센터, 태양광·풍력발전소 등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리츠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개발·운영 수익을 배당하는 주식회사다.

리츠 주요국 시장 비교

리츠 주요국 시장 비교

정부는 리츠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해 우선 리츠가 개발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리츠를 도입한다. 현재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세워 개발한 뒤 이를 리츠가 인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리츠를 부동산 개발 단계부터 도입하면 기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보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안전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개발단계에서 등록제를 적용하고, 1인 주식소유한도(현행 50%) 적용도 제외하기로 했다. 공시 의무도 최소화한다.

또 현재는 리츠가 부동산투자회사법령에 열거된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지만, 국토부가 승인하는 자산에 폭넓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반기 중 관련 시행령을 개정한다. 특히 ‘시니어주택과 의료·상업 복합시설’인 헬스케어 리츠를 2·3기 신도시의 택지를 활용해 내년까지 3곳 이상, 2030년까지 10곳을 공모할 방침이다.

리츠의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실물 부동산뿐만 아니라 모기지 등 부동산 금융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일반 투자자 보호장치는 강화한다. 분기마다 공시하는 투자보고서를 투자자 관점에서 개편하고, 월 배당도 가능하게 한다. 지역 주민이 리츠 주식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도록 ‘지역상생리츠’ 도입도 검토한다.

PF 부실사업장과 미분양 주택 확대 등으로 ‘돈맥경화’에 빠진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도 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브릿지론 상환에 곤란을 겪는 경매 위기 사업장 토지를 공공지원민간임대 리츠가 인수한다. 주택도시기금과 기존 지분 투자자가 공동으로 리츠를 설립해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인데, 지난 4월 사전 수요조사 결과 55건(2만7000가구) 접수가 이뤄졌다.

지난 3월 도입을 결정한 CR리츠(기업구조조정리츠) 활성화 방안도 마련했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운영하는 CR리츠가 기존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대출 시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모기지 보증 활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산층 장기임대주택을 육성하는데도 리츠를 활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리츠는 자기자본비율도 높고, 시장 충격 흡수력도 좋은 방식이라 진작 활성화됐더라면 지금의 PF발 위기에 대응하는 게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리츠협회도 “업계에서 애로를 겪어왔던 상항을 대부분 해소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지금까지 상업용 부동산 위주로 이뤄졌던 리츠 투자를 주거용 부동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에 2001년 리츠가 도입됐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리츠 총자산 규모는 약 98조원,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8조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일본(상장리츠 시총 152조원), 싱가포르(93조원) 등에 비해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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