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녀 라일리, 전세계 흔들다…‘인사이드 아웃2’ 흥행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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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 소녀 ‘라일리’에게 생겨난 (위 왼쪽부터)당황·불안·부럽·따분 등 낯선 감정들이 기존 감정들(아래)과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 소녀 ‘라일리’에게 생겨난 (위 왼쪽부터)당황·불안·부럽·따분 등 낯선 감정들이 기존 감정들(아래)과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더 풍부해진 감정이 글로벌 극장가를 흔들었다.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감독 켈시 만)가 국내 개봉(12일) 닷새 만에 208만 관객을 돌파했다. 북미에서도 개봉(14일) 첫 주말 1억5500만 달러(약 2152억 9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세계 흥행 1위 ‘바비’(1억6200만 달러) 이후 처음 1억 달러대 오프닝을 기록했다. 전 세계 누적 매출은 2억 9500만 달러(추산)다.

피트 닥터 감독이 딸을 키우며 착안한 1편은 주인공 라일리의 다섯 가지 감정(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을 의인화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고, 전 세계 8억5000만 달러 흥행을 기록했다. 1편에서 소녀의 성장통을 뭉클하게 그렸다면, 2편에서는 라일리의 마음속에 사춘기 경보가 울린 순간 탄생한 감정들이 기존 감정들과 세력 다툼을 벌인다. 사춘기의 감정 기복을 아이스하키 유망주 라일리의 경기 장면과 맞물려 표현했다.

‘몬스터 대학교’(2013), ‘굿 다이노’(2016) 등의 스토리 슈퍼바이저를 맡았던 켈시 만 감독은 자신의 10대를 장악했던 ‘불안’을 비롯해 당황·따분·부럽·추억 할머니 등의 캐릭터를 빚어냈다. 심리학자 조언을 받아 성장기 자의식을 깊은 내면에서 피어오른 꽃으로, 의식의 흐름은 머릿속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강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관심사의 13~16세 소녀 9명으로 구성한 ‘라일리 크루’와 소통하며 사춘기 묘사에 사실성을 더했다.

전 세계 10억 7339만 달러 흥행을 거둔 ‘토이 스토리 4’(2019) 이후 히트작이 말라붙었던 픽사의 화려한 부활이다. 스티브 잡스가 1986년 설립한 픽사는 할리우드에 3D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 시대를 열며 많은 히트작을 내놨다. 그러나 ‘토이 스토리’ ‘카’ ‘벅스 라이프’ 등 전성기를 이끈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존 라세터가 2018년 ‘미투’ 스캔들로 사임한 뒤 부진에 빠졌다. 이어 ‘라따뚜이’의 브래드 버드, ‘코코’ ‘토이 스토리 3’의 리 언크리치 등 흥행 감독들마저 잇따라 픽사를 떠났다.

닥터 감독이 새 CCO를 맡아 다국적·다인종 신인 감독들의 자전적 애니메이션을 장려했지만, 평단의 호평에 비해 흥행은 부진했다. ‘루카’(2021)는 이탈리아 출신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유년 시절, ‘메이의 새빨간 비밀’(2022)은 중국계 도미 시 감독의 어머니와의 관계가 토대였다. 한국계 피터 손 감독이 이민자 경험을 물·불·흙·공기의 4원소 세계에 담은 ‘엘리멘탈’도 한국에선 724만 흥행을 거뒀지만, 전 세계 매출은 픽사 명성에 크게 못 미쳤다.

‘토이 스토리’의 스핀오프 ‘버즈라이트이어’(2022)마저 흥행에 실패한 ‘토이 스토리’ 첫 속편이 되면서 픽사 위기론이 커졌다. 지난달 픽사는 전 직원의 14%(175명)를 해고했다. 우주 소년에 관한 오리지널 영화 ‘엘리오’ 개봉을 연기하고, ‘인사이드 아웃 2’에 이어 흥행이 검증된 ‘토이 스토리 5’ 등 속편 출시에 힘을 주는 등 라인업을 재정비했다.

“팬데믹 시절 픽사·디즈니 신작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디즈니+에서 볼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관객에게 심었다”고 비판해온 닥터는 최근 타임지를 통해 “픽사 지향점은 극장용”이라며 “극장 흥행 성과가 좋을수록 디즈니+에서도 더 큰 성공을 거둔다”고 주장했다.

닥터는 지난달 미국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픽사에) 강렬한 자성의 기간이 있었다”며 “픽사 차기 감독들에게 자전적 이야기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감독 자신의 카타르시스보다는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경험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해 팬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픽사의 강점인 오리지널 스토리보다 안정적인 속편을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논란과 관련해 닥터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을 통해 “나 역시 특이성 속에 진정한 보편성이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다만 우리(픽사)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고 있는 가상 인물에 적합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인사이드 아웃 2’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비즈니스를 급진적으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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