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면 위험한 줄 알지만 잘 잡혀서…” 테트라포드 낚시에 빠진 제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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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낮 낚시객들이 서 있던 제주시 도두동의 방파제용 테트라포드 모습. 최충일 기자

지난 12일 낮 낚시객들이 서 있던 제주시 도두동의 방파제용 테트라포드 모습. 최충일 기자

지난 12일 낮 12시 제주시 도두동 한 방파제. 낚시객 5~6명이 방파제 측면에 쌓인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일부는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아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70대 낚시객은 “(테트라포드 낚시가) 위험한 줄은 알지만 낚시가 잘되기 때문에 제철을 맞은 자리돔을 낚으러 왔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테트라포드와 관련한 낚시객들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도내에서 20건의 테트라포드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고 4명은 목숨을 잃었다.

올해는 지난달 11일 낮 12시42분 서귀포시 표선면 한 포구에서 낚시를 구경하던 70대 A씨가 3.5m 테트라포드 밑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지난해 2월엔 서귀포시 새연교 인근에서 40대 남성 B씨가 실종된 지 3주 만에 테트라포드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낚시 구경을 하러 갔다가 테트라포드에서 미끄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테트라포드는 파도나 해일을 막는 용도로 바다에 쌓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1949년 프랑스에서 개발했는데 사방으로 뿔이 뻗은 형태로 서로 얽히는 구조가 장점이라 전 세계 해안 공사에 널리 쓰이고 있다. 길이 3~5m 크기에 큰 것은 개당 70t이 넘는다.

테트라포드 구조물에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바닷물이 수시로 닿으며 해조류가 달라붙어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구조물 사이로 떨어지면 손으로 붙잡거나 발을 디딜 곳이 없어 자력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추락 시 골절 등 상처를 입거나 의식을 잃게 되면 신고가 어려울 수 있어 구조물 사이 공간을 ‘바다의 블랙홀’이라 부른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해양수산부는 2022년부터 파도의 직접 영향을 받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한 방파제 등을 출입통제 구역으로 정했다. 테트라포드가 쌓여있는 구역도 항만 내 위험구역으로 분류돼 출입이 통제된다. 제주도는 연안 사고예방법과 낚시관리 및 육성법 제55조에 따라 방파제 등을 출입통제 구역으로 정하고 위반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제주해경은 연안사고 위험예보제를 도입해 방파제와 테트라포드 등 해안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소방본부 관계자는 “테트라포드 사이로 추락하면 정신을 잃어 구조신호를 보낼 겨를도 없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절대 올라서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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