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 전날 서울광장 떠난 이태원 분향소…"끝은 새로운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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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영정을 들고 행진 준비를 하고 있다.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는 인근 서울 중구 부림빌딩 1층에 있는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으로 이전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영정을 들고 행진 준비를 하고 있다. 이태원참사 합동 분향소는 인근 서울 중구 부림빌딩 1층에 있는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으로 이전했다. 연합뉴스

서울시청 분향소를 오늘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로 가도록 공식 선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16일 오후 2시 30분쯤, 울먹이는 이 위원장의 발언을 끝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서울광장 분향소가 운영을 종료했다. 지난해 2월 4일 분향소가 설치된 지 정확히 499일 만이다. 분향소는 인근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마련된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으로 이전한다. 분향소 이전은 지난 5일 최종 결정됐다. 지난달 14일 ‘이태원참사특별법’이 공포된 뒤 유가족과 서울시가 이전 합의를 마치면서다. 특별법에 따르면 국가 등은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추모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 종료식 ‘다시, 시작’을 열었다. 이날 희생자를 상징하는 보라색 조끼를 입은 유가족 100여명과 시민들이 분향소 앞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사회자가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부르면 “기억하겠다”고 답했다. 목이 메어 호명을 잠시 멈추는 유가족도 보였다. 이 위원장은 “끝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라며 “지금까지 유가족들을 버티게 해주신 시민분들, 종교계, 정치계 분들께 감사하다”며 큰절을 올렸다.

16일 오후 2시 50분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의 천막을 닫고 있다. 이영근 기자

16일 오후 2시 50분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의 천막을 닫고 있다. 이영근 기자

유가족은 서울광장 분향소가 치유와 연대의 공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국 각지에 사는 유가족이 조를 편성해 하루도 빠짐없이 분향소를 지켰다. 희생자 문효균씨의 어머니 이기자씨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한없이 울 수 있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곳이었다”며 “분향소가 없었다면 지금쯤 몸은 살아있지만 영혼은 죽은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체를 앞둔 분향소 천막 한편은 시민이 붙인 색 바랜 메모지로 가득했다. “안전한 나라를 위하여 기억할게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사세요” 등 위로와 연대의 말이 적혔다. 두 자녀와 서울광장 분향소의 마지막을 함께한 주건일(45)씨는 “시민 누구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방문했다”며 “사회적 재난이 발생한 이후 상처받은 사람을 돌보는 방식을 고민하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은 “가혹하고 힘든 시간 거친 유가족의 고통과 상처에 국회의장으로서 위로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권리를 보장하는 생명안전기본법이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특위 위원장, 권영국 정의당 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도 자리에 참석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유가족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날 분향소는 서울광장에서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 실내로 이전했다. 뉴스1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유가족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날 분향소는 서울광장에서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 실내로 이전했다. 뉴스1

전날 오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유가족들은 “우리는 날마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이제 오시면 어떡하냐”라며 눈물을 흘렸다. 오 시장은 “가족을 잃은 참담한 심정은 여전히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한 서울시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추모이자 가장 깊은 위로라는 생각으로 가슴 아픈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종료식을 마친 뒤 유가족은 영정을 들고 인근 부림빌딩 별들의 집으로 이동했다. 별들의 집 개소식에선 유가족이 미리 준비한 희생자의 사진과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온 기록, 참사 당일 타임라인 등이 소개됐다. 해당 공간은 오는 11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태원 특별법에 따라 추모사업위원회가 구성되면 추후 공식 추모기념관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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