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체코원전 수주 성패 초읽기…발주처 평가 끝, 다음달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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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원전 냉각탑 4개가 가동되고 있다. 현재 체코 정부는 새 원전 4기를 짓기 위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 컨소시엄과 프랑스 컨소시엄이 경합 중이다. AP

2011년 9월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원전 냉각탑 4개가 가동되고 있다. 현재 체코 정부는 새 원전 4기를 짓기 위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 컨소시엄과 프랑스 컨소시엄이 경합 중이다. AP

30조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체코의 새 원자력발전소(최대 4기) 건설 사업. 이 사업을 한국이 수주하는 데 성공할지 국내외 원자력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는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입찰서와 프랑스의 프랑스전력공사 컨소시엄 입찰서에 대한 평가 결과를 지난 14일(현지시각) 체코 산업부에 제출했다. 체코 정부는 최종 검토를 거쳐 다음 달 중순까지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국이 우선협상자에 선정되면 내년 3월 계약을 거쳐 2029년 착공, 2036년 상업 운전을 할 계획이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체코전력공사는 가격경쟁력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았다. 한국이 써 낸 입찰 가격은 프랑스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체코 언론 ‘경제저널(Ekonomicky Denik)’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수원이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약속한 공사기한을 지킨다는 점도 한국의 경쟁력이다. 한국은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일정대로 건설했지만, 프랑스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를 2009년까지 짓기로 했다가 13년 가량이나 지연한 적 있다. 프랑스는 건설 단가도 한국보다 2배가량에 달하는 데다 납기 지연에 따른 손실을 일으킬 가능성도 커 가격 측면에선 한국이 압도적인 강점을 가진다.

그러나 한수원 컨소시엄 내에서는 “수주 가능성은 50%”라는 말이 나온다. 프랑스는 자국 내에서 원전을 56기나 운영 중인 세계 두 번째 원전 강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신뢰도 면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더욱이 프랑스는 체코와 같은 유럽연합(EU) 역내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에너지 포럼에 참가해 “EU 중심의 밸류체인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포함해 총 3번이나 체코를 찾아 수주전을 펼쳤다. 체코가 건설 자금을 EU로부터 빌려올 때 프랑스가 힘을 보태줄 수도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원전 사업은 국가 총력전이다. 한국 정부에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월 체코를 한 번 방문하고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지난 12일까지 올해 들어 세 차례 찾았다. 아직 대통령이 방문한 적은 없다. 한국 컨소시엄 안팎에서 “윤 대통령도 나서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09년 UAE 원전 수주 당시엔 이명박 대통령이 UAE를 찾는 등 수주전을 진두지휘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남은 한 달 동안 윤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라 국방부, 문화체육부, 교육부, 외교부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부처를 총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일 한국이 체코 원전을 수주한다면 2009년 UAE 원전 수주 당시 프랑스를 꺾은 이후 15년 만에 다시 한 번 프랑스를 누르게 된다. 대규모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15년 만이다. EU로 원전 수출은 처음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친(親) 원전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쏟아질 원전 입찰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윤 정부의 목표 달성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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