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90분 TV토론…펜∙물 1병만 들고 '맨몸 혈투'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은 참모의 도움이나 사전 자료 없이 ‘맨몸’으로 맞붙는 90분간의 혈투가 될 전망이다. 이번 토론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첫번째 TV토론이자, 202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두 사람의 공개 토론이다.

2020년 9월 29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대선 토론에서 발언하며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0년 9월 29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대선 토론에서 발언하며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토론을 주관하는 CNN이 15일 공개한 세부 규칙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의 첫 TV토론은 청중이 없는 스튜디오에서 진행자만을 가운데 두고 단상에 마주서는 구조로 진행된다. 누가 어느 쪽 단상을 사용할 지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기로 했다.

생방송 토론에 나서는 두 사람에게 지급되는 건 백지와 펜 한 자루, 물 한 병이 전부다. 모두 발언을 위한 연설문은 물론, 수치를 확인하기 위한 메모지를 들고 가는 것도 금지된다.

각각 81세와 78세인 바이든·트럼프 두 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토론은 기억력 대결인 동시에 체력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후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스스로 머릿속 기억과 경험뿐이다.

또 90분 토론 내내 서 있어야 한다. 두차례 중간 광고가 들어가지만, 잠시 숨을 돌릴 정도의 짧은 휴식 외에 참모들과의 접촉도 허락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2020년 10월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2020년 10월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발언 시간도 철저히 통제된다. 질문에 대한 답변 시간 2분이 주어진 뒤 1분간의 반박 시간이 추가된다. 반박에 대한 재반박 시간은 별도 1분이다. 그리고 각각의 시간 제한이 끝나면 마이크가 꺼진다.

이런 규칙은 상대방의 발언을 끊고 들어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 방식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CNN은 사회자에게 발언 시간 준수 등과 관련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다’는 규칙도 명시했다.

역대 대선에 비해 3개월가량 빨라진 조기 TV토론을 먼저 제안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토론을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측은 철저한 자료 분석에 이은 모의 토론을 반복하는 ‘스파링형’으로 토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9월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과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선 토론회에 참석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양한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0년 9월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과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선 토론회에 참석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양한 표정으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토론회의 설계와 감독은 2012년 부통령 후보 토론과 2020년 대선 후보 토론에 이어 이번에도 론 클라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맡았다. 이미 지난 몇 주 동안 두 가람의 정책 자료도 미리 수집해 보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역할의 가상 상대와의 리허설 토론회도 반복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역이 누가 될 지는 불분명하다. 4년 전엔 바이든의 개인 변호사 밥 바우어가 ‘트럼프 역할’을 맡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임기응변형’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즉흥 연설에 대해서는 내가 최고”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확신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20년 9월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과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부통령과의 첫 대선 토론에서 상황에 따른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20년 9월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과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부통령과의 첫 대선 토론에서 상황에 따른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 준비는 일부 상원의원이 참석한 전국위원회 회의 등을 제외하면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이슨 밀러 캠프 수석 보좌관은 “트럼프는 이미 집회 연설에서 엘리트적 면모를 보였고, 토론에서도 참모들에게 사전에 프로그램 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 라시비타 캠프 선임고문은 “바이든이 (실제 토론에서) 바이든 역을 맡을 것”이라며 ‘가상의 바이든’을 내세운 리허설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양측의 토론 준비와 별도로 이번 대선 토론이 ‘맨손 대련’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서로의 약점과 치부를 드러내는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고 현지 매체들은 보고 있다.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유죄 평결을 비롯한 각종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차남의 불법 총기 소지 유죄 평결과 관련한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공영 주차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2020년 10월 22일 진행됐던 대선 TV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유권자들이 공영 주차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2020년 10월 22일 진행됐던 대선 TV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도는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퓨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25%는 ‘두 사람 모두 싫다’고 답했다. 13%를 기록했던 4년전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동시에 가장 비호감 선거로 기록된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때의 20% 비호감도를 이미 큰 폭으로 넘어선 수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