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후불 배달음식 보내고 "잘 받았냐"…대부업체 '빚 독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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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한 배달음식 자료사진. 뉴스1

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한 배달음식 자료사진. 뉴스1

대부업체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상환을 독촉하기 위해 채무자의 회사에 수십인분의 배달 음식을 후불 결제 방식으로 보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배달 주문을 받았던 음식점 사장들은 음식값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고 있다.

15일 안산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3시쯤 안모(41)씨가 운영 중인 안산시 소재 한 피자 가게에 중년 남성으로 추정되는 A씨가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안씨 가게에 전화를 건 A씨는 자신을 안산시 단원구 한 회사 직원이라고 밝히며 특정 이름을 댔다. 그는 이어 "직원 20명이 식사할 것이니 라지 사이즈 피자 5판과 치킨 3마리를 가져다 달라"며 회사 사무실로 배달을 요청했다. 주문한 음식값은 모두 합쳐 17만원가량이었다.

하지만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 A씨가 언급한 회사에 도착한 배달 기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회사 직원 중 음식 배달을 시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 A씨가 언급한 이름을 가진 직원이 있긴 했지만, 그는 음식 주문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로부터 이런 장난 전화를 받은 건 안씨 가게뿐만이 아니었다. 안씨 가게의 배달 기사가 사무실에 도착했을 당시 인근에서는 A씨의 주문을 받고 도착한 또 다른 음식점의 배달 기사가 자리에 서서 난처해하고 있었다.

배달 기사 신고를 받은 경찰이 확인한 결과, 지난 14일 A씨의 주문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음식점은 안씨 가게를 포함해 2곳이었으며, 되돌려받지 못한 음식값은 36만원 상당이었다.

경찰은 A씨가 해당 회사 직원 B씨에게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의 관계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가 속한 대부업체에서는 최근 이 회사에 약 50차례 전화해 "B씨가 14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있다. B씨와는 연락이 되지 않으니 회사에서라도 대신 갚아라"라며 독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 직장에 배달 음식을 주문한 뒤에도 직장 관계자와 통화하며 "배고플까 봐 음식을 보냈는데 잘 받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회사 측은 "대부업체의 독촉으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며 112에 신고한 상태다.

경찰은 A씨를 업무방해·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형사 입건해 사건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채무자에게 변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협박이나 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A씨가 속한 대부업체 측에 이런 혐의 및 여죄가 있는지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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