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익~~.’ 시속 60㎞로 달리던 차량의 브레이크 페달을 단숨에 밟자 타이어는 고막을 찢을듯한 소리를 냈다. 장애물을 피하진 못했다. 앞에 있던 트래픽콘(안전 삼각뿔) 두 개가 ‘퍽’ 소리를 내며 결국 쓰러졌다. ‘무사고 운전 15년’ 경력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멈추겠다는 판단을 하고 실제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린 겁니다. 시속 100㎞로 주행할 때 초당 28m를 이동하는데, 1초라도 늦으면 이렇게 사고 나는 겁니다” 인스트럭터(강사)의 따끔한 질책이 돌아왔다. 지난 8일 충남 태안 현대차그룹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의 긴급제동 코스 실습 현장에서다.
이 센터는 드라이버들에게 ‘탈 것’이던 자동차의 역할을 ‘스포츠’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공간이다. 축구장 125개 크기에 달하는 126만㎡(38만평) 규모로, 서킷·고속주회로·오프로드 등 8개의 주행 체험 코스를 갖췄다. 슬라럼(급사면에 설치된 코스를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달림)이나 짐카나(복잡한 경로를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 등도 마련돼 있어 드라이빙 기본기부터 스피드까지 맛볼 수 있다.
강사로 나선 박규승 카레이서는 “초보운전자가 운전을 능숙하게 하는 걸 넘어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빙 기초 교육 프로그램인 레벨1과 차량의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는 레벨2 과정을 직접 이수하며 운전석에 올바르게 앉는 법(시트포지션)부터, 스티어링(운전대) 파지법, 주행 중 긴급제동·회피 방법 등을 배웠다. 운전면허학원에선 가르쳐주지 않았던 ‘도로 위 꿀팁’도 있다.
“운전대를 이렇게 잡으면 긴급상황 시 대응이 어렵고 에어백이 터졌을 때도 위험합니다.”
현대차 아이오닉6 운전석에 앉자마자 정원형 카레이서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돌아왔다. 정 카레이서는 “‘베이직 스티어링’은 오른손과 왼손을 각각 시계 3시·9시 위치에 두고, 팔꿈치가 완전히 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손을 떼지 않고 좌우로 180도까지 조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년간 운전을 했지만, 처음으로 ‘운전대 바르게 잡는 법’을 배웠다.
운전면허 시험에 ‘이론→장내주행→도로주행’이 있듯, 이곳에선 ‘이론→코스→트랙’ 순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론·코스 교육을 마치고 기아 EV6 GT를 몰고 트랙 길이 3.4㎞의 마른 노면 서킷에서 16개의 코너를 돌며 그간 배운 기술을 활용해봤다.
직선구간을 달릴 때 차량 계기판의 숫자가 시속 140㎞를 넘어서자 스피드의 짜릿함이 느껴졌고, 코너링 때 계기판 속도가 75㎞를 찍자 몸통이 한쪽으로 쏠리며 머리털이 ‘삐쭉’ 솟아올랐다. 박 카레이서는 “모터스포츠는 매우 동적인 운동이다. 카레이서의 동체 시력은 탁구선수와 맞먹을 정도”라며 “트랙에서의 시선 처리와 부드러운 가속·스티어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프로그램 외에도 아이오닉5와 EV9에서 1박 2일 차박을 하는 ‘캠핑 익스피리언스’, 4~9세 아동들이 차량을 체험해볼 수 있는 ‘주니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등이 마련돼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확대해 면허 없는 어린이도 즐길 수 있다”며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자동차 문화 선도 및 정착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