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물풍선’ 수위 조절에…정부도 대북 확성기 추가 방송 안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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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호 06면

지난 9일 서울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풍선 .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풍선 . [연합뉴스]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부양으로 촉발된 긴장 국면이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오물풍선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대북 확성기 방송 송출을 조절했다. 상황 관리 국면에 들어간 모양새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정부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지난 9일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이미 확인됐다. 북한은 이날 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과 함께 4차 오물풍선 부양으로 대응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비례적·단계적 대응 원칙을 밝혀온 정부는 북한의 9~10일 4차 오물풍선 도발에도 추가 확성기 방송을 송출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풍선의 내용물이나 김여정 담화 등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김여정은 “우리는 빈 휴지장들만 살포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성격의 선동 내용을 들이민 것이 없다” “우리 대응은 정당하고도 매우 낮은 단계의 반사적인 반응에 불과하다”며 풍선을 살포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실제 북한이 살포한 3~4차 오물풍선에는 퇴비 등을 넣어 보낸 1~2차 도발과 달리 폐지와 비닐만 담겨 있었다. 도발을 지속하면서도 미묘하게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정부도 강도 높은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오히려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통일부가 대북 전단과 관련,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관련 민간단체와 간담회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정부 안팎에선 굳이 간담회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긴장 완화 필요성을 설명하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자제를 요청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북한이 대북 확성기에 대한 직접 타격을 시도하는 등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준전시상태까지 치달았다. 이를 경험했던 터라 사태 악화를 사전에 막기 위해 남북 모두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풍선은 전국 778곳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행정안정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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