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은 중국 전기차, 미·유럽 관세장벽에 신흥국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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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호 10면

[한우덕의 차이나 워치] 중국·서방 전기차 전쟁

지난 1월 초 중국 선전항에서 열린 2024년 BYD 첫 수출 선적 기념식 장면. BYD는지난해 70여개국에 모두 24만3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신화=뉴시스]

지난 1월 초 중국 선전항에서 열린 2024년 BYD 첫 수출 선적 기념식 장면. BYD는지난해 70여개국에 모두 24만3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신화=뉴시스]

전선은 자동차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미·중 경제 패권 전쟁의 불똥이 전기차로 튀었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의 꽃이다. 전쟁 흐름에 따라 글로벌 산업 지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유럽연합(EU)이 참전했다. EU는 지난 12일 중국 전기차 수입에 업체별로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 부과키로 했다. 중국의 대표주자 BYD는 EU 회원국에 전기차를 수출할 때 기존 10%에 추가로 17.4%포인트를 더해 27.4%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48.1%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 달 전 중국 전기차에 100%의 관세를 부과했다. 튀르키에, 브라질 등이 가세하더니 EU가 뛰어든 모양새다. 이들은 하나같이 ‘불공정한 정부 보조금’을 이유로 든다. 정부 보조금으로 무장한 중국 전기차 회사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고, 해당국의 산업과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전기차는 이제 ‘디플레 수출’의 대명사가 됐다. 참전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CATL·BYD, 세계 배터리 점유율 1·2위

중국도 할 말은 있다. 그들은 ‘단순히 정부 보조금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기업 혁신, 탄탄한 공급망,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만든 규모의 경제 등이 오늘 중국 전기차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관변 전문가들은 특히 공급망을 강조한다. 딩웨이순(丁維順) 중국 상무부 정책연구실 부주임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경제 원탁회의’에서 “중국은 배터리의 생산부터 완성차 조립, 물류 등에 이르는 전기차 공급망을 국내에서 완성할 수 있다”며 “이는 어느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의 1, 2위 배터리 회사인 CATL과 BYD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도 1, 2위를 차지한다(SNE리서치, 2024년 1분기 기준). 이 두 회사가 시장의 절반 이상(53.1%)을 차지한다. 중국은 특히 배터리 제작의 필수 요소인 희토류 광물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중국은 ‘우리가 지구를 구하고 있다’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서방이 ‘디플레 수출’로 지목한 전기차, 리튬 배터리, 태양광 등은 대표적인 녹색 산업이다. 힘 모아 지구온난화와 맞서 싸워야 할 때 앞서 달리는 아군을 저격하는 건 비열한 행동이라는 게 중국의 논리다. 취펑제(曲鳳傑) 중국거시경제연구원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서방의 ‘디플레 수출’ 공세가 미래 산업을 선점당한 데서 오는 ‘조급함’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은 서구 각국이 언젠가 도전해야 할 미래 산업의 영역”이라며 “지금 서방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중국을 산업 사슬 말단에 가둬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 발전을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20년 꿈’이다. 중국은 2001년 ‘가솔린 엔진은 미국에 뒤졌지만, 전기 엔진은 우리가 앞서겠다’며 첨단산업 연구 육성 프로그램인 ‘863 계획’에 전기자동차를 포함했다. ‘863 계획’은 1986년 3월에 발족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국가가 전략 기술을 선정하고,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대학)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중국 전기차의 대표 주자 BYD 역시 2012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은 결연하다. 외부 압력에 밀려 공급을 줄이거나, 스스로 수출을 자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980년대 초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자발적 자동차 수출 제한’에 나섰던 일본과는 다르다. 미·중 자동차 전쟁은 더 치열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 중국 전기차 진입을 막기 위한 각국의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브라질 동북부의 공업 도시 카마사리. 요즘 이곳을 찾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BYD가 이 도시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했기 때문. BYD는 가동을 중단해 방치된 이곳 포드자동차 공장을 인수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소식을 전하며 ‘미국 포드가 포기하고 떠난 시장에 BYD가 새로 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서방 봉쇄에 막힌 중국이 탈출구로 선택한 길은 신흥시장이다.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 비(非)서구권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단지 공장만 짓는 게 아니다. 해당 지역에 배터리 제작에서 완성차 조립에 이르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미국이 압박해도 수출 축소 없다”

인도네시아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중국(홍콩 포함) 기업의 대인도네시아 투자는 139억 달러에 달했다. 대부분 광물 및 광산 개발 분야에 몰렸다. 전기차 배터리에 꼭 필요한 니켈의 경우 90%가 이미 중국 손에 넘어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하고 있다. BYD 역시 브라질에 전기차 공장과 함께 리튬 제련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신문은 “미국, 유럽 등 서방의 중국 전기차 봉쇄가 결국 신흥국에서 중국 전기차의 영역을 넓혀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의 도로에서 ‘BYD’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해외 시장 개척 루트는 중국의 향후 해외 진출 전략 방향을 가늠케 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시장에 물건을 팔아 산업을 키워왔다. 그러나 미국이 핵심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중국을 몰아내려고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래서 중국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 바로 ‘글로벌 사우스’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이다. 일대일로가 지나는 중앙아시아와 함께 이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경제 앞마당으로 키우겠다는 게 중국의 신 대외전략이다. 그 전략의 선두에 달리고 있는 게 바로 BYD로 상징되는 전기차다. 그게 바로 이번 전기차 전쟁이 갖는 함의다.

작년 4분기엔 BYD, 올 1분기엔 테슬라…뜨거운 전기차 1위 경쟁

BYD Seal

BYD Seal

테슬라는 전기차의 대명사였다.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만들었고, 기술 표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난해 4분기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와 BYD의 양강 체제로 형성되는 분위기다.

작년 4분기 테슬라는 약 48만4500대의 전기차를 팔아 52만6000대(순수 전기차)를 판매한 BYD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2023년 전체적으로는 약 180만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여전히 BYD보다 약 20만대 더 많았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2021년 60만대, 2022년 40만대에서 좁아지고 있다. 혼전 양상이다. 테슬라는 올 1분기 다시 BYD에 앞섰다. 테슬라가 38만6800대를 판 데 비해 BYD는 30만100대에 그쳤다.

테슬라 모델3

테슬라 모델3

두 회사가 벌이는 가격 인하 경쟁이 뜨겁다. BYD는 지난 3월 저가 모델인 ‘시걸’ 가격을 5% 인하, 가격을 1만 달러 이하로 낮췄다. 이와 함께 고급형 모델인 오토3(Atto3)값도 11% 내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테슬라의 가격 인하에 대한 대응이었다.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방침에도 테슬라의 모델3, 모델Y는 동급의 BYD 전기차보다 여전히 2배 이상 비싼 게 현실이다.

두 회사는 해외 공장 설립에도 적극적이다. BYD는 유럽에서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 중남미에서 브라질과 멕시코,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력을 피해 신흥국 곳곳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BYD는 전기차 공장뿐만 아니라 배터리 관련 금속의 제련공장도 함께 진출하는 등 ‘공급망 수출’에 열심이다. 테슬라는 상하이에서 주종인 모델Y와 모델3을 생산하고 있고, 독일에서 모델Y를 제작하고 있다.

◆생생한 중국의 최신 동향과 깊이 있는 분석을 전해주는 차이나 워치는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과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가 번갈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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