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는 건 과거 사고…8월 인하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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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호 08면

한은, 금리 인하 언제가 적절한가

원자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만든 뒤 수출하는 한국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도 따져봐야 할 게 많다. 물가 외에 환율 또한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애써 잡은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물가를 확실하게 잡은 것도 아닌데,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리는 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의 금리 인하를 기다렸다가 금리를 내리는 게 낫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만 기다리기에는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가계의 자금 부담은 이미 한계치다.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자는 주장이 최근 들어 솔솔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타이밍에 대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금리 선제적 인하론 

자영업자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린 서울 거리. [연합뉴스]

자영업자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린 서울 거리. [연합뉴스]

최근 캐나다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내렸다. 한국은행도 연준에 앞서 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 필자의 답은 ‘예스’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 이전에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월 비농업 부문에서 고용이 27만2000개 늘면서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 조사에 따르면 5월 고용이 40만8000개 감소했기 때문이다. 파트타임 고용이 28만6000개 늘었지만, 풀타임 고용은 62만5000개 줄었다. 기업들이 미래 경제를 그만큼 불확실하게 보는 것이다.

실업률도 지난해 4월(3.4%)을 저점으로 올해 5월에는 4%까지 상승했다. 실업률 증가는 다가올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실업률 증가는 소비심리 위축과 더불어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2000년 1월에서 올해 5월까지 통계로 분석해보면 미국의 대표적 소비심리지표인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와 실업률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마이너스(-) 0.78로 높게 나타났다.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미국 기업 경영자들은 고용을 줄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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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이 상승하면 소비 위축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한다. 또 실업률이 올라갈 때 주가와 달러지수도 하락했다. 2008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실업률과 S&P500지수 사이 상관계수는 -0.63으로 비교적 높았다. 같은 기간 실업률과 달러지수 사이에도 역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68)가 있었다. 시간의 문제이지 연준이 머지않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시점이 9월 이전일 수도 있다.

그런데, 금리를 결정하는 국내 요인을 고려하면 한은이 그 이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될 것 같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물가상승률 기준 2%(전년 동기 대비)다. 문제는 ‘언제 물가상승률이 2%에 이를 것인가’이다. 2022년 5.1%였던 물가상승률이 2023년에는 3.6%로 낮아졌다. 한은은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2.5%와 2.1%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2.4%로 전망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한은이 분기별 전망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4분기 물가상승률은 2%에 거의 근접하리라고 추정하는 것 같다. 한은은 근원물가상승률이 올해 2.2%(하반기 2.1%), 내년 2.0%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필자의 전망 모델에 따르면 8~12월 물가상승률은 2.0% 안팎이다. 주로 소비 등 내수 부진이 물가 안정 요인이다.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에 GDP가 전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연간 성장률이 2.5%라면 2분기부터 GDP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필자가 추정하면 올해 1분기에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나타내는 ‘아웃풋 갭’(output gap)이 거의 제로(0)에 가까워졌다. 1분기 높은 경제성장으로 잠재 GDP 밑에 있던 실제 GDP가 잠재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다. 2분기 이후에도 아웃풋 갭은 제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물가와 아웃풋 갭을 고려하면 적정금리가 많이 낮아지고 있다. 적정금리를 추정하는 하나의 방법이 ‘테일러 준칙’이다. 이는 ‘실질금리를 어떻게 추정하는가’와 ‘어떤 물가상승률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2000~2023년 기준금리와 근원물가상승률의 차이(평균 0.61%)를 실질금리로 사용했다. 이에 따르면 2분기 적정금리는 3.0%, 하반기에는 2.7% 정도로 나온다. 현재의 3.5%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에 비해서 높다는 의미이다.

시장은 이미 한은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금리 가운데 하나가 3년 만기 국고채수익률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 사이에 국고채 3년 수익률이 평균 3.36%로 6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우리 금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선행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내릴 경우 자금 유출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2%포인트 낮은데도 외국인은 한국 채권 13조5620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도 순매수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요인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인 우리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더 낮아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는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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