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상징’ 금지됐던 피겨스케이팅 백플립, 정식 기술로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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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날리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 사진 쉬르야 보날리 인스타그램 캡처

보날리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 사진 쉬르야 보날리 인스타그램 캡처

피겨스케이팅의 금지 기술이자 저항의 상징이었던 ‘백플립’이 정식 기술로 인정받는다.

14일(한국시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총회에서 2024-2025시즌부터 백플립을 시도하는 선수에게 감점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ISU는 “(백플립을 포함한) 공중제비 점프를 금지하는 건 더 이상 논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백플립은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를 도는 기술로, ISU는 선수들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이유로 1976년부터 이 동작을 금지했다. 백플립을 펼친 선수는 성공하더라도 감점 2점을 받는다.

그러나 백플립은 ‘금지 기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계 프랑스 출신 여자 싱글 선수였던 쉬르야 보날리(50) 덕분이다.

흑인 선수 보날리는 1990년대 피겨계를 주름잡던 세계적인 선수였다.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은 물론, 남자 선수들도 수행하기 어려운 4회전 점프를 구사했다.

그러나 보날리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우고도 메이저 국제대회에선 번번이 최고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열린 세 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2위에 머물렀고, 올림픽에선 메달을 따지 못했다.

보날리는 자신이 1위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피부색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줄곧 언론 인터뷰에서 백인과 아시아 선수들이 독식하는 피겨계에 일침을 가했다.

보날리는 은반 위에서도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본 사토 유카에 밀려 은메달을 딴 뒤 한참이나 시상대에 오르길 거부했다.

마지막 올림픽인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선 항의의 의미로 보란 듯이 백플립을 펼친 뒤 그대로 은퇴했다.

이때부터 보날리가 펼쳤던 백플립은 인종차별에 맞선 저항의 상징이 됐다.

샤오잉파의 백플립. AP=연합뉴스

샤오잉파의 백플립. AP=연합뉴스

백플립은 최근 중국계 프랑스 남자 싱글 간판 아당 샤오잉파(23)가 구사하며 다시 화제가 됐다.

샤오잉파는 올 시즌 감점을 감수하면서도 실전 무대에서 백플립을 자주 선보였다.

샤오잉파는 지난 1월에 열린 2024 ISU 피겨스케이팅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백플립을 펼치고도 우승을 차지한 뒤 “감점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피겨의 발전을 위해 이 기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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