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 회복 조짐"…수출이 이끌던 경기회복세 탄력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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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일 “내수가 회복하는 조짐을 보인다”는 경제 진단을 내놓고 있지만, 의문표가 따라붙는다. 다만 생산·수출·고용·물가 같은 경제 지표는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하반기 경제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기획재정부는 14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 관광객 증가, 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하는 상황에서 이번 그린북의 최대 관심사는 내수에 대한 분석이었다. 기재부는 올해 1~4월 그린북에서 “수출과 내수 간 온도 차가 있다”라거나 “수출과 내수 간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다 지난달 처음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출이 이끌던 경기 회복세가 내수로도 퍼지고 있다고 해석한 셈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 따른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0.7%,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최근 내수 지표는 ‘혼조세’에 가깝다. 4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1.2%, 전년 동월 대비 2.6% 각각 감소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5월 소비는 카드 승인액과 방한 관광객 증가세, 온라인 매출액, 고속도로 통행량 증가 등이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소비자 심리지수 하락,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 감소,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하락 등은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와 엇갈리는 진단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펴낸 ‘6월 경제동향’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에 따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하지 못하고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린북에서 생산·수출·고용·물가 등 지표는 대체로 양호했다. 생산(4월)은 광공업·건설·서비스 등 전(全)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1%, 전년 동월 대비 3.1% 각각 증가했다. 수출(5월)도 반도체·자동차·선박 수출이 늘며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했다. 고용(5월)은 증가 폭은 줄었지만,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8만명 늘었다. 물가(5월)는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이 4월 2.9%에서 5월 2.7%로 잦아들었다.

국내외 경제기관이 잇달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높이는 등 하반기 경제전망에 일단 ‘청신호’를 켠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같은날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0%에서 2.4%로 상향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1%에서 2.4%로 수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올려잡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연초 “올해 수출이 먼저 나아지고, 내수가 시차를 두고 따라갈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내수가 수출보다 부진한 영향으로 체감 경기가 나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정부가 전망하는 경제성장률(2.2%) 달성은 어렵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달 말 쯤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할지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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