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국외연수비 1억 날린 천안시의회…소송 와중에 또 외유성 연수

중앙일보

입력

장혁 충남 천안시의원이 지난 13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에 앞서 지방의회 국외연수 반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장혁 천안시의원

장혁 충남 천안시의원이 지난 13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에 앞서 지방의회 국외연수 반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장혁 천안시의원

“세금 낭비 국외연수 반대” 동료 의원도 비판 

2년 전 국외연수 취소로 여행사로부터 1억여 원의 경비를 돌려받지 못한 충남 천안시의회가 또다시 유럽 출장길에 올라 비난을 받고 있다.

14일 천안시의회에 따르면 시의원 22명과 사무국 직원 9명은 지난 11일부터 8박 10일 일정으로 튀르키예와 크로아티아를 방문 중이다. 전체 의원(27명) 중 5명은 불참했다. 이번 국외연수에 반대한 국민의힘 소속 장혁·유수희·노종관·김강진 의원과 동료 의원 성추행 혐의로 논란이 된 이종담 부의장이 불참했다. 1인당 출장경비는 560만원, 전체 국외연수비로 1억7360만원이 소요된다.

의회는 공무출장계획서에 천안시 자매결연 도시인 튀르키예 뷰첵메제시(市)와 국제교류 확대를 출장 이유로 들었다. 천안시가 공들이고 있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에 도움을 주기 위해 크로아티아 리예카 치의학 대학과 관련 기업체 등도 방문한다고 썼다. 하지만 출장 일정을 살펴보면 목적이 불분명한 외유성 일정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천안시의회와 아산시의회의 후반지 의장단이 출범했다.

천안시의회와 아산시의회의 후반지 의장단이 출범했다.

세계문화유산 방문에 “천안시 공원 활용방안 모색” 

한 예로 자매결연 도시인 뷰첵메제시 방문(출장 2일 차)은 단 하루에 그친다. 출장 3일 차에 이스탄불 군사박물관을 방문하면서 한국 전쟁 파병 감사 인사를 전하고, 4일 차엔 크로아티아로 넘어와 현지 최대 관광도시인 두브로브니크로 향한다. 의회는 두브로브니크 관광청 방문과 관련해 ‘천안 8경 홍보와 활성화 방안 모색’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의회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크로아티아 ‘자다르 방어시설’을 찾는 목적으로 ‘불안한 국제정세 속 안보강화 방안 모색’을 적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방문 이유는 ‘천안시 공원 활용방안 모색’이다. 크로아티아 수도인 자그레브 박물관 견학, 시립공원 방문도 일정에 넣었다.

장혁 천안시의원은 “큰돈을 들여 국외연수를 떠나면서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는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7일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며 “지방의회 국외연수는 계획부터 심사, 출장보고서 제출까지 출장 당사자인 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탓에 외유성 비판에도 통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천안시청 로비에서 천안시의회 여성의원들이 비속어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이종담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이종담 의원은 지난 4일 "XX년 조례 발로 비벼 주세요"라는 문자를 여성 의원에게 보내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앞서 또다른 여성 의원을 성추행해 30일 출석 정지징계를 받은 상태다. 뉴스1

지난 10일 천안시청 로비에서 천안시의회 여성의원들이 비속어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이종담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이종담 의원은 지난 4일 "XX년 조례 발로 비벼 주세요"라는 문자를 여성 의원에게 보내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앞서 또다른 여성 의원을 성추행해 30일 출석 정지징계를 받은 상태다. 뉴스1

장혁 시의원 “돈 떼인 당사자들 유럽연수 부적절” 

한편 천안시의회는 지난 2022년 11월 튀르키예 국외 출장을 계획했다가, 당시 이태원 참사 추모 기간과 겹치면서 이를 취소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시 의회에서 지출한 1억800만원을 여행사로부터 돌려받기 위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 법원에서 1차 조정이 있었지만, 여행사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혁 시의원은 이날 대전지법 천안지원 앞에서 ‘국외연수 반대’ 피켓 시위를 했다. 장 의원은 “1억원이 넘는 돈을 완전히 떼일 상황에서, 노심초사해야 할 당사자들은 되레 1억8000만원을 들여 유럽 연수를 떠났다”며 “시민에게 반환 소송 사태에 대한 사죄와 설명을 구하는 게 의원으로 해야 할 도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천안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2년 전 튀르키예 교류행사가 천안시의회 사정으로 취소되면서, 자매도시 신뢰 회복 차원에서 이번 연수를 준비했다”며 “천안시 지역 현안인 치의학 의료관광과 도시재생 사업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