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홍대? 중국 외곽도시 같다’… 서울 여행에 남긴 악플 본 中 매체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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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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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경복궁 앞을 지나는 인파.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경복궁 앞을 지나는 인파.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나이 지긋한 이들이 단체로 면세점 투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중국 MZ 세대 두세 명이 3박 4일 정도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소규모 개별화 추세다. 이들은 SNS를 검색한 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편의점 같은 곳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가성비 좋은 의류매장을 들러 옷을 산 뒤 치킨집에서 코스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한국 여행 후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올린 Vlog 영상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에 대한 향수를 뜻하는 ‘서울병(首尔病)’이란 말도 생겨났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심하게 비하하는 영상이 올라와 폭발적인 조회수와 댓글이 달렸다. 왕이(網易)뉴스는 “한 여성이 한국 여행을 다녀와 보니 중국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알게 됐다는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은 구독자 33만 명을 보유한 중국의 크리에이터가 지난 5월 18일에 올렸는데 순식간에 100만 조회수와 1만 개 댓글을 기록했다.

이 여성은 9분여 영상 내내 한국에 대한 불만과 무시를 표출했다.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무슨 명소라는 곳에 환상을 품지 말라. 이태원이나 홍대 같은 곳은 중국의 외곽도시 같았다. 가게들은 개판이고 전부 다 비싸다.”
“과일도 없고 고기도 없고 채소는 적고, 콩나물 밖에 없다.”
“김치의 나라라고 하지만 한국 김치는 내 고향인 산둥 김치보다 맛이 없었다. 물로 한번 씻은 그런 맛? 수박도 너무 비싸서 못 사먹는다. 전체적으로 먹을 만한 것이 없다.”
“거리 어디를 가도 쓰레기통이 없다. 길에서 버블티나 커피를 사 마시면 다 마셔도 계속 빈 컵을 들고 다녀야 한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유명하고 낭만적인 장소는 실제로 가 보면 그냥 낙후된 시골 마을에 온 느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가 보니 뭐가 발달했는지 모르겠다. 항저우에서 비행기를 탔는데 서울에 오니 그냥 작은 시골 느낌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한국 남자들은 잘생긴 줄 알았다. 실제 가 보니 완전 딴판이었다. 한국 남자들은 키가 작다. 눈도 작고 중국 남자들처럼 예쁜 외꺼풀이 아니고 부은 눈꺼풀 모양이다. 얼굴은 넓고 평평하다. 잘생긴 남자가 없었다. 내가 볼 때 아시아에서 제일 잘생긴 건 중국 남자들이다.”
“무슨 궁전이라는 데는 도무지 궁궐 같지 않았다. 고궁(자금성)에 비하면 한국 궁전들은 고속도로 달리다가 보이는 시골 마을의 중국 전통가옥 같은 느낌?”
“한국을 가느니 차라리 연변을 가는 게 낫겠다.”
“한국 메이크업이 유명해서 가봤는데 10년 전에 유행했던 피부에 물광 내는 느낌?”
“간식거리도 다 맛없다. 한국 라면이 그나마 맛있는 편인데 중국 라면보다 못하다. 불고기, 치킨 다 아니었다. 하이디라오(중식당)가 한국 젊은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긴 하이디라오가 부대찌개보다 맛있긴 하지.”

만약 한국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외국을 비하하는 영상을 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십중팔구 그 편협함과 경솔함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달릴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달랐다. 크리에이터에 동조해서 신나게 한국을 비하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공중화장실인 줄 알았는데 뒤에 보이는 저 건물이 청와대랍니다.”
“일찍이 중국의 부속 국가였으니 문화, 문자, 복식, 음식 등 어디 종주국인 중국만 할까?”
“중국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요즘에는 소위 선진국을 보면 경시하게 됨.”
“공공장소에서 떠들지 않고, 위생 깨끗한 건 사실이지만 그 외는 중국만 못함.”
“한국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다시 가고 싶은 흥미가 딱 떨어지더라.”
국토 면적으로 자부심을 느끼며 한국을 비하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영상 보고 배꼽 빠지게 웃었네요. 일개 국가가 중국의 한 성(省)보다 작은데 어련하겠어요?”
“한국은 반나절 운전하면 북한까지 가잖아? 우리는 반나절 운전해도 자기 성(省)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말이야.”

냉정하게 영상을 비판하는 글들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은 왜 언급 안 하세요? 우리는 따라가지도 못합니다. 안전검사 없지, 게이트도 없고 에스컬레이터 보면 모두 질서정연하게 우측으로 탑니다.”
“건축물 같은 걸로 좋다 나쁘다 비교하지 말고 서민들 삶을 봐보세요. 교육, 의료, 아이를 키우는 조건 등. 정말 중국이 한국보다 좋다고 말할 수 있나요?”
“중국 1인당 GDP 1만2000달러, 한국 3만2000달러, 중국은 개도국, 한국은 선진국! 누가 설명 좀?”
“왜 쓰레기통이 없는지 그 이유를 몰라서 그런 걸까? 왜 나만 웃음이 안 나오지?”

이처럼 상대방이나 외국에 대해 왜곡을 서슴지 않으며 조롱하듯 비하하는 풍조는 중국 매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신경보(新京報)는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을 학력 통계로 분류했다. 그 결과 4년제 대졸자 이상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다. 또 네티즌 대다수는 젊은이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다는 댓글들을 이해할 수가 없고 악플들이 유난히 많다고 논평하며 “이에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왕이뉴스는 “중국어를 아는 한국인들이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에 대해 다는 악플들을 본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들 매체들은 한국을 무조건 비하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런 논리나 근거 없이 무턱대고 한 나라를 비난하는 것은 결코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 SNS의 중국 진출을 금지하는 등 중국 당국의 과도한 통제가 중국인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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