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연봉-美영주권, 이런 엔비디아와 인력 경쟁" 스타트업 호소

중앙일보

입력

13일 서울 용산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에서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13일 서울 용산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에서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MZ 세대 직원에게 동기부여가 되도록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에도 세제 혜택을 적용해 달라.”
“해외 인력이 한국에 정착할 비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대만·중국에서 수출을 해달라는데, 제재 검토를 도와 달라.”
“나눠주기 식 연구개발(R&D) 과제 말고, 옥석 가리기를 해 달라.”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13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쏟아낸 절박한 건의사항이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는 서울 용산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를 열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지만, 굵직한 정책은 주로 메모리·종합반도체(IDM) 대기업에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부가 팹리스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최기창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 교수의 강연 후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주재한 토론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자율주행용 반도체, 영상처리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대표들이 발언했다.

가장 급한 ‘인력’과 ‘보상’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인력과 보상 문제였다. 김경수 한국팹리스협회장(넥스트칩 대표)은 “국내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해외 연구 인력을 바로 채용할 수 있는 비자 프로그램과 엔지니어의 장기근속을 돕기 위해 RSU에 세제 혜택 적용”을 건의했다.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의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메티스엑스의 김진영 대표도 “100만 달러(약 13억7350만원) 연봉에 미국 영주권까지 받게 해주는 엔비디아와 인력 확보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팹리스가 혼자서 보상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제도적으로 경쟁력 있는 패키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래 싸움 속 새우, 기회일 수도

미국은 엔비디아·AMD의 대(對) 중국 AI 반도체 수출 제한에 이어 게이트올어라운드(GAA)·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기술의 중국 유입도 막으려 한다. 이런 상황을 한국 팹리스의 중국 시장 진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저전력 AI 반도체 개발사인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중국이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이 있지만, 미국의 규제로 거기에 넣을 AI 반도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만·중국으로부터 딥엑스 제품 수출 제안을 많이 받지만, 스타트업이 미국 상무부의 제재를 모두 검토해 문제 없이 수출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식 수교국이 아닌 대만과의 제재가 복잡한 중국에도 스타트업이 수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용산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용산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n분의 1’ 아닌 제대로 된 R&D

연구·개발(R&D) 과제 등 국가 지원은 여러 업체를 연명하게 하는 ‘n분의 1’ 방식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율주행용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보스반도체의 장연호 최고운영책임자는 “국내 팹리스가 만든 칩을 사용하는 국내 회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칩을 개발해 먼저 국내 고객의 피드백을 받으면,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레퍼런스(이력)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영 대표는 “정부가 고가의 개발·계측 장비 등 인프라를 구축한 뒤 팹리스 스타트업이 특정 시간대에 사용하게 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미국·중국·유럽·일본 등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에 수십조원 대의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우리 정부는 세제 혜택 같은 간접 지원만 하고 있다. 이에 김녹원 대표는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보조금을 주되, 국내 팹리스 물량을 생산하게 해 보조금이 팹리스 낙수효과로 이어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토론회에선 류현석뉴로리얼리티비전 대표, 김수환 관악아날로그 대표, 윤석주 페르소나에이아이 최고사업책임자 등도 참석했다. 오영주 장관은 “중기부가 팹리스 스타트업의 입장을 대변해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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