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상재의 시선

개인택시 면허 시세 1억 시대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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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 기자 중앙일보 경제산업부디렉터
이상재 경제산업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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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탔다가 귀를 의심했다. 70대 운전기사로부터 “월수입이 700만원대”라는 얘기를 듣고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 수입 내역을 힐끗 보여주면서 “아들에게도 (개인택시 운전을) 권유하고 있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이런 고수익 때문일까.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 시세는 최근 ‘억대’로 치솟았다. 택시·화물 면허를 중개하는 대한운수면허협회와 남바원택시 등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 개인택시 사업면허(번호판)는 호가가 1억3000만원, 실거래가는 1억1500만원 안팎이었다. 2022년 5~6월만 해도 8500만원 수준이었는데 그해 말 9000만원대로 오르더니, 지난달에 억을 찍었다. 불과 2년 새 35% 급등한 것이다. 세종(2억2000만원)과 제주(1억6000만원), 광주(1억3000만원) 등 주요 도시는 진즉에 억대에 거래된다.

요금 인상, 강제 휴무제 폐지로
개인택시 가격 억대로 치솟아
사망사고는 늘어…안전 경고등

택시·화물 면허를 중개하는 대한운수면허협회와 남바원택시 등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 개인택시 사업면허(번호판)는 호가가 1억3000만원, 실거래가는 1억1500만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역 앞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는 택시들. 연합뉴스

택시·화물 면허를 중개하는 대한운수면허협회와 남바원택시 등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 개인택시 사업면허(번호판)는 호가가 1억3000만원, 실거래가는 1억1500만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역 앞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는 택시들. 연합뉴스

개인택시 번호판이 금값이 된 데 대해 업계에선 고령화 추세 속에서 안정적인 ‘세컨드 직업’으로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풀이한다. 퇴직금으로 택시 면허를 사서 10~20년간 운행하다가 이를 되팔아 노후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설명이다. 진입 규제를 낮춘 것도 한몫했다. 기존엔 법인택시 경력이 있어야 개인택시 면허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무사고 5년’에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진행하는 택시 양수교육만 받으면 된다. 요즘 교통안전공단 양수교육 홈페이지는 금세 예약이 차고, 툭하면 서버가 다운될 만큼 ‘핫’하다.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기본·할증요금 인상과 2022년 말 시행된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3부제(강제 휴무제) 해제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택시 대란에 대처하기 위한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법이었다. 법인택시 업계가 “생계를 위협받는다”며 반발했지만, 원 장관은 “업체 간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이 최우선”이라며 밀어붙였다. 국토부는 이후 출퇴근이나 심야, 일요일 오후 같은 취약 시간대에 운행에 나선 택시가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해 개인택시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6204건, 사망자는 52명(전년 대비 18.2% 증가)이었다.〈그래픽 참조〉 법인택시 사고와 사망자는 각각 6407건, 38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의 개인-법인택시 대수 비율은 면허 기준으로 2대 1쯤 되는데, 지난 20년간 매년 법인택시 사망사고가 많았으나 지난해 처음 뒤집어졌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꾸준히 감소한 것과도 대조된다.

개인택시 사망사고 증가에 대해선 보다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살펴볼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면허 취득 기준과 과로 여부는 이참에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택시 안전에 ‘경고등’이 들어온 건 분명하다. 시민 편의에 앞서 안전과 직결된 문제여서다. 전국 16만여 개인택시 기사는 부제 해제 이후 얼마나 더 도로 위를 달렸을까. 국토교통부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택시는 근무시간당 수입이 2만~3만원이다. 월 700만원을 벌려면 주 64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운전면허교육장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참가자들이 기초 인지능력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은 64.7세, 전국 택시기사 가운데 절반가량은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로 안전에 관한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가영 기자

서울 강남운전면허교육장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참가자들이 기초 인지능력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은 64.7세, 전국 택시기사 가운데 절반가량은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로 안전에 관한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가영 기자

여기에 고령 운전자 이슈가 더해진다. 서울시에 등록된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은 64.7세다. 전국의 택시기사 가운데 절반가량은 65세 이상이다. 이에 따라 시민 불안이 커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면 거칠게 표현해 “고령 택시기사의 밥줄을 끊자는 거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대답은 “아니다”다. 최근 법인택시 업계가 부제 재도입을 요구하는 ‘밥그릇 싸움’에 끼어들 생각도 없다. 대신 개인택시 면허 취득 기준을 재정비하고, 엄정하게 운전 능력을 평가하며 실효성 있는 과로 예방대책을 세우자는 거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운전자 적성검사는 ‘눈감아주기’ 수준이다. 지난해엔 적합 판정 비율이 98.7%였다. 부적합 판정을 받아도 제재 방법이 없다. 과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법인택시 업체에 ‘하루 12시간 초과 근무하지 말라’고 사업개선 명령을 내리는 게 전부다. 개인택시엔 계도조차 없다. 월 700만원 버는 기사의 수입이 조금 줄더라도 보다 안전하게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나.